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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예고된 참사.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4-14 21:25


25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한화와 삼성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한화 김용주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오키나와=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2.25.

예고된 참사다. 한화 이글스가 형편 없는 경기력으로 14일 두산 베어스에 2대17로 대패했다. 3회까지 양 팀 스코어가 0-13으로 벌어졌다. 두산은 이 때 시즌 1호 선발 전원 득점을 기록했다.

책임은 사령탑에게 있다. 너무 급하다. 아직 초반이지만 부상 선수가 많아 마운드 운용이 쉽지 않다면서 모든 걸 쏟아 붓는다. 엔트리에 든 12명 투수의 보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84억원짜리 불펜 투수 정우람 정도만 '마무리' 명함을 들고 다닌다. 최고참 박정진은 이기든 지든 점수 차에 상관없이 등판하고 있다. 필승조인 줄 알았던 권 혁도 12일 1-3으로 뒤진 6회 등판해 1이닝을 던졌다.

투수는 자신의 보직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젊은 감독들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수별 '위치'를 확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핵심은 책임감과 동기 부여. A 감독은 "내가 주전인지, 백업인지, 필승조인지. 추격조인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즌 준비를 잘 할 수 있다"며 "감독은 캠프를 떠나기 전에 한 시즌에 대한 밑그림을 대략적으로 그리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화는 아니다. '오늘' 선발이 '내일' 불펜으로, '모레'는 필승조, '그 다음날'은 추격조로 보직이 매번 바뀌고 있다. 이날 선발 김용주가 대표적이다. 그는 8일 kt 위즈 2군과의 경기에서 7이닝 7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잘 던졌다. 13일 1군에 올라왔고, 구멍난 선발 한 자리를 메울 것으로 보였다. 지난해에도 군 제대 후 좋은 활약을 한 터라 '깜짝투'를 기대하는 팬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최악이었다. 1회 볼넷 4개와 1안타로 1실점 한 뒤 계속된 2사 만루에서 송창식에게 바통을 넘겼다. 왼손 오재일 타석 때 김성근 감독이 교체 지시를 했다. 결과는 송창식의 낮은 직구를 퍼올린 오재일의 만루홈런. 김용주의 기록은 ⅔이닝 1피안타 4볼넷 4실점이 됐다.

이 과정에서 김용주가 정상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는 13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되자마자 불펜에서 몸을 풀며 대기했고, 경기 후 갑작스럽게 '내일 선발'이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출격했다. 그렇게 되면 선수들부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마련이다. 저쪽(두산) 방망이는 물이 올랐는데, 이쪽(한화) 투수는 제대로 싸울 구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선수가 먼저 안다.

선수단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장면은 또 있다. 12~13일 정근우에게 지시한 번트다. 정근우는 12일 0-0이던 3회 무사 2루에서 잔뜩 움츠렸다. 두산 선발 보우덴이 견제 송구 실책으로 흔들리던 상황에서 보내기 번트 사인이 나왔다. 결과는 번트 헛스윙과 번트 파울을 기록한 뒤 3루 땅볼. 다음날에도 김성근 감독은 0-1이던 1회 무사 2루에서 정근우에게 번트 사인을 냈다. 정근우는 이번에도 번트에 실패한 뒤 볼카운트 1B2S에서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격노한 김 감독은 2-5이던 4회 2사 1,2루에서 정근우를 빼고 대타 강경학을 투입했다.

당시 정근우가 빠지자 두산 벤치에서는 '땡큐' 소리가 나왔다. 두 차례 번트 사인 때도 두산 선수들이 다 같이 한 말은 '땡큐'였다. 상대 팀도, 우리 팀도 동의할 수 없는 김성근 감독의 선택. 특히 경기 초반인 점을 감안할 때 2루 주자의 진루를 위해 정근우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건 너무 소극적인 야구였다. 그런 장면이 반복될 수록 팀 분위기가 더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시즌 전 우승 후보로 꼽히고도 최하위로 곤두박질 친 한화 이글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이런식으로 간다면 충성심 높은 팬들도 모두 등 돌린다.

대전=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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