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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시인 윤동주를 시작으로 근현대 예술인들이 스크린 위에 부활한다.
'무산일기' '산다'의 박정범 감독은 일제 강점기 풍자와 해학으로 크게 인기를 끈 만담가이자 연극인인 신불출의 영화를 만든다. 시대의 불의에 풍자로 저항하다 일제로부터 갖은 고초를 겪고 해방 이후 월북해 남한 역사에선 사라진 그의 삶을 영화로 추적한다. 신연식 감독이 이달 말 시나리오를 탈고할 예정. 내년 크랭크인을 목표로 잡았다.
신연식 감독도 시리즈 중 한 편을 직접 연출한다. 영화 '하녀' '현해탄은 알고 있다' '황혼열차' 등을 선보인 고 김기영 감독이 주인공이다. 가상의 영화 촬영장에서 일어나는 하룻밤의 이야기 안에 김기영 감독의 예술세계와 실제 에피소드를 녹여내는 독특한 형식으로 구상 중이다. 신연식 감독은 유족들로부터 김기영 감독의 일화를 직접 듣고 영화를 기획했다. 유족의 요청에 연출까지 맡게 됐다.
그밖에도 시인 백석과 유명 무용가 등이 '아티스트 프로젝트'의 조명을 받아 관객들 곁으로 생환할 예정이다. 과거의 삶을 반추해 오늘을 돌아보겠다는 의도다.
신연식 감독은 "감독들과 대화를 해보면 다들 자본 논리에서 벗어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다"며 "그렇게 사석에서 편하게 논의하던 것들이 아티스트 프로젝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동주' 이후 여러 감독들이 이 프로젝트를 반기며 참여 의사를 전해왔다. '동주' 이준익 감독을 포함한 중견 감독 5인과 30~40대 젊은 감독 5인이 시리즈 10편을 나누어 연출한다. 신연식 감독은 "선배 감독과 후배 감독이 서로 배우는 기회가 된다면 그분들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이 프로젝트가 창작자들에게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주'의 경우 순제작비 5억원의 저예산 영화다. 하지만 이후의 시리즈는 영화의 성격에 맞게 제작비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동주'처럼 감독과 배우의 네임 밸류가 있으면 저예산의 실험적인 작품에 도전하고, 그 반대의 경우는 상업적인 포맷으로 제작한다는 구상이다.
신연식 감독은 "'동주'만 하더라도 정지용 시인과 윤동주가 만나는 장면이 있듯이,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예술인들의 관계를 살펴보면 종로나 명동 같은 곳에서 자주 부딪히면서 서로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각각의 인물을 개별 영화로 다룬 이후에 그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영화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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