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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는 요즘 국내 야구장 안전펜스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 때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다. 쿡 대표가 유일하게 칭찬한 곳이 대전구장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로 대전구장의 안전도가 최적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국내에서 그나마 최상이라는 것이다.
대전구장은 지난해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한 데 이어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2차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외야펜스를 뒤로 미루고 인조잔디를 천연잔디로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외야펜스도 푹신푹신한 것으로 바꿔 선수 안전을 우선시 했다.
그도 그럴것이 쿡 대표의 방한에 앞서 KBO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실시한 안전 실태 조사에서도 대전구장은 상대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대전구장 펜스 두께는 200㎜로 KBO의 권고 최소 기준인 150㎜를 훨씬 넘어 국내 구장 중 가장 두꺼운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대전구장은 선수 충돌시 충분한 충격 흡수을 위해 안전펜스를 매트리스 형태의 블록으로 제작해 외야 벽면에 순차적으로 고정할 것을 권고하는 KBO의 규정을 유일하게 따랐다.
하지만 대전구장이 MLB 전문가의 칭찬을 받은 비결은 여기서만 그치지 않는다. 한화 구단과 대전시가 보이지 않게 들인 정성이 크게 작용했다.
과연 대전구장에 무엇을, 어떻게 했길래 그런 칭찬을 받았는지 한화 구단측의 자료를 입수해 면밀하게 살펴봤다.
외야펜스 재질의 수준부터 다르다
대전구장은 여러 개의 블록 형태 매트리스를 걸개식으로 설치했을 뿐만 아니라 매트의 재질과 외부 마감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대전구장의 매트 재질은 PU(폴리우레탄) 수지폼이다. 다른 구장은 PE(폴리에틸렌)와 PU가 섞여 있는 재질을 사용한다. PE와 PU 수지폼은 제조 원료부터 차이가 있다. PE 수지폼은 일반적인 스치로폼 형상의 보온재와 비슷하며, 반발력이 강하고 원상 복구력이 약한 특성이다. 반면 PU 수지폼은 여러 원료를 혼합후 부풀려 제조한 스펀지 형태이며 반발력이 약한 대신 원상 복구력이 강해 충격 완충제로 적합하다. 다른 구장에서 PE와 PU를 설치한 것은 작업성의 용이와 가격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PE+PU 수지폼에 비해 PU 수지폼이 한결 비싸다고 한다. 다른 구장들은 2겹의 수지폼을 펜스 벽면에 부착할 때 벽면에 직접 닿은 것은 PE 수지폼을 사용하고 마감 부분에는 PU 수지폼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트 두께를 두껍게 설치하더라도 PE 수지폼의 비중이 높으면 완충 효과가 저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전구장은 매트 두께 200㎜ 전체를 PU 수지폼으로 설치한 것과 크게 다른 점이다.
매트 표면 마감재와 관리도 선진형
대전구장의 펜스 마감재(매트를 덮은 표면 섬유)는 타포린으로 0.9㎜의 두께로 덮었다. 타포린은 신소재 섬유 종류 중 하나로, 탈색이나 변질되지않고 방수성이 뛰어난 강한 박판 필름이다. 흔히 파라솔이나 텐트에 사용되는 섬유라고 보면 된다. 다른 구장은 2㎜ 두께의 EPDM(에틸렌 프로필렌) 고무시트를 덮었다. 여기서부터 신축성이 뛰어나고 부드러운 타포린으로 덮은 대전구장의 매트가 충격흡수에서 크게 유리하다. 한화 구단은 시판되는 타포린의 사양을 확인한 결과 만족하는 수준의 제품이 없어서 제조공장에 별도 조건을 붙여 주문제작을 했다. 제품의 성질이 질길 것, 햇빛에 대한 경화도가 낮을 것, 스파이크에 의한 손상이 최소화될 것 등이 요구 조건이었다. 여러 업체에서 시제품을 받은 한화는 현장시험을 통해 타포린 0.9mm 사이에 질긴 실을 엮어서 넣는 방식으로 특별히 주문 제작한 제품을 선택했다. 여기에 한화는 외야펜스의 광고노출 관리 방식도 크게 다르다. 대부분 구단은 외야펜스의 스폰서 광고를 노출하기 위해 페인트를 사용한다. 페인트는 시간이 갈수록 굳어져 딱딱해지기 때문에 완충효과를 저감시킨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에서는 플래카드 제작하듯이 표면 마감재에 광고 문구를 실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대전구장은 또다른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 커팅시트 부착 방식이다. 얇은 비닐시트에 광고 시안을 새겨넣은 뒤 컴퓨터로 절단한 비닐시트를 펜스 표면에 부착하는 것이다. 비닐시트 재질이기 때문에 펜스 완충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한화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의 교훈을 잘 알고 있었다. 외야펜스 공사 비용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몸값 몇억원짜리 선수가 펜스 충돌사고로 이탈하면 그에 따른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화와 대전시는 지난해 1차 리모델링 공사를 할때 130억원을 투입했다. 이 때는 주로 관중석과 편의시설 확장, 전광판 교체 등 외관 위주였다. 경기장 안전에 직결되는 2차 리모델링에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우선 외야펜스를 넓히는데 5억원을 투입했다. 안전펜스 매트를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데에는 1억5000만원이 들었고, 천연잔디와 MLB용 그라운드 흙을 새로 까는 데에도 15억3000만원이 투입됐다. 이것만 해도 추가로 투입된 비용은 21억8000만원에 이른다. 그나마 그라운드 흙 교체비용은 절감된 것이다. 당초 공사비가 3000만원 가량 드는데, 시공업체인 (주)필드테크가 홍보·마켓팅 차원에서 전액 부담했단다. 이 뿐만 아니라 쿡 대표가 이번에 칭찬했던 제초장비, 잔디 시약장비, 그라운드 롤러, 흙 배토 장비 등은 모두 MLB에서 사용하는 최신 사양을 수입한 것이다. 여기에도 1억5000원 가량이 투입됐다. 불과 몇 시간 동안 점검한 쿡 대표의 칭찬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존 국내 구장 가운데 대전구장이 최고 평가를 받은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