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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母 "희진이, 세상에 둘도 없는 딸"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3-29 21:32


29일 GS칼텍스-IBK기업은행의 2012~2013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이 열린 구미박정희체육관 앞.

기업은행 센터 김희진의 얼굴을 쏙 빼닮은 팬이 경기장에 도착했다. 누가 뭐래도 김희진의 어머니(김성호씨)였다.

김씨는 딸만 생각하면 금새 눈물이 고인다. "(희진이가) 태어날 때 힘들었다"는 말로 운을 뗐다. 김희진은 자칫 '세상의 빛'을 못 볼 뻔했다. 김씨가 김희진을 뱃속에 가진 3개월 때 이상이 생겼다. 부산 산부인과에서 유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한의사의 의견은 달랐다. 김씨는 한의원에서 처방한 한약을 먹은 뒤 유산을 막을 수 있었다. 힘겹게 태어난 탓인지 김희진은 말도, 걷는 것도 느렸다. 그러나 출중한 운동 감각은 숨길 수 없었다. 청소년 마라톤 대표 출신인 부친 김정돈씨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김희진은 부산 상미초 5학년 때 높이뛰기를 시작했다. 살을 빼기 위해 시작한 운동의 매력에 푹 빠졌다. 제주도 소년체전에선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할 만큼 재능도 뛰어났다. 사실 김희진은 높이뛰기를 계속 하고싶어 했다. "높이뛰기를 하지 말라"는 부모님의 말에 몰래 새벽에 혼자 연습한 적도 있단다.

배구는 중앙여중 1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남들보다 2~3년 늦게 배구를 시작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9년이 흐른 현재, 김희진은 '한국 여자배구의 대들보'가 됐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4강 신화를 달성하면서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

김씨가 김희진에게 강조하는 것은 '무욕'이다. 김씨는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한다. 부상 등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또 배구를 '생활처럼 즐기라'고 말한다"고 했다. 김씨의 걱정은 김희진의 성격이다. 고집이 세고, 강한 승부욕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마인드 컨트롤을 매사 강조한다.

김희진이 잘 성장할 수 있었던데는 10년차 나는 오빠 김홍준씨의 도움이 컸다. 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서울 지역 대학교에 진학할 정도였다. 부산에 거주하는 부모님의 역할을 대신했다.

그라운드 밖 김희진의 모습은 어떨까. 김씨는 "희진이가 사근사근한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도 성숙해진 딸의 모습에 보면서 기특함을 느낀다. 김씨는 "2년 전 부산에 내려오더니 희진이가 쇼핑을 시켜주더라. '자기가 하자는대로 하자'고 하더라. 그리고 '예쁜 집을 지어드리겠다'고 약속하더라"고 전했다. 김희진은 무뚝뚝하지만, 김씨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딸이었다.

구미=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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