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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율-김사훈 "코 끝이 찡했다" 감격 소감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5-24 12:21 | 최종수정 2012-05-24 15:49


프로야구 롯데와 삼성의 경기가 23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펼쳐졌다. 1점차 승리를 지켜낸 김사율이 사촌동생인 김사훈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구=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5.23/


"잘해보자." "잘했다."

롯데와 삼성의 경기가 열린 23일 대구구장. 4-3으로 앞선 9회 배터리인 김사율과 김사훈이 마운드에 들어서며, 그리고 경기를 마친 후 나눈 딱 두 마디다. 무뚝뚝한 부산 남자들 간의 짧은 대화. 하지만 혈육의 정 앞에서 무슨 말이 더 필요했을까. 잘해보자는 격려의 메시지, 그리고 잘했다는 칭찬의 메시지는 동생을 대견스러워하는 형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최선의 말이었다.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프로야구 사상 첫 '사촌 배터리'가 탄생했다. 롯데 마무리 김사율과 사촌 동생 김사훈이 투수와 포수로 나서 멋지게 경기를 마무리 했다. 김사훈의 완벽한 블로킹으로 한국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 이승엽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끝마쳐 기쁨이 두 배였다. "사촌 형의 공을 꼭 받아보고 싶다"던 동생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김사훈은 경기 후 "1군 무대에서 형의 공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기회를 주신 양승호 감독님과 최기문 배터리 코치님께 너무 감사드린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형 김사율도 "마운드에 오르기 전엔 몰랐는데 경기가 끝나는 순간 코 끝이 찡했다"며 "이렇게 잘 성장해준 사촌 동생이 정말 대견스러웠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사훈에게 김사율은 은인과도 같다. 김사훈은 경남상고 시절 부산의 스타로 이름을 날리던 형의 모습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다. 부산고를 졸업했지만 포수로서는 평범한 신체, 실력 탓에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하고 대학에 진학해야 했다. 그것도 받아주는 대학이 없어 무명의 한민대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대학 졸업 후에도 프로 구단은 그를 외면했다. 김사율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롯데 배재후 단장에게 "신고선수 테스트라도 보게 해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했다. 배 단장은 "그렇게 신고선수로 들어와 1년 만에 그만두는 사람을 수도 없이 보지 않았느냐"라며 만류했지만 김사율은 "젊은 시절을 야구에만 바쳐온 선수에게 프로 유니폼을 입어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다. 꼭 한 번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결국 김사훈은 그렇게 2010년 롯데 신고선수로 입단할 수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김사훈의 몫이었다. 성실한 훈련 자세로 양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 명단에 극적으로 합류하게 됐다. 사이판으로 떠나기 전날, 부랴부랴 정식 선수 계약을 맺은 것이다. 김사율은 당시 김사훈을 불러 "내가 해준 건 없지만 이제는 더더욱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네가 네 앞길을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일부러 말도 걸지 않고 모질게 대하기도 했다. 팀의 주장으로서 사촌 동생을 챙기는 인상을 주면 팀워크에 방해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사율은 "사촌 동생이 더욱 대견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형은 형이다. 그동안 내색은 안해왔지만 동생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김사율은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앞으로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 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생은 천진난만하기만 하다. 김사훈에게 이번 대구 원정은 첫 1군 원정길이었다. 김사훈은 "숙소인 호텔 식당의 밥이 너무 맛있다"며 밝게 웃었다. 물론, 이런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이 포수에게는 필요하다는게 양 감독의 생각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두 사촌의 활약에 집안은 축제 분위기다. 사실 김사훈은 어린 시절부터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힘들게 야구를 해왔다. 그래서 지난 18일 부산 KIA전에서 김사훈이 처음으로 선발출전 했을 때 부모님은 더욱 감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김사훈의 부친은 최근 몇년간 지병을 앓아 술을 입에 대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18일, 아들의 모습을 보며 2년 만에 술잔을 들었다고 한다. 물론, 그 술은 부친에게 술이 아닌 보약이었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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