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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D-100특집]금메달리스트 10인에게 물었습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4-18 07:53 | 최종수정 2012-04-18 09:08


  그래픽=

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얼마전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체조 금메달 유망주' 양학선(20·한체대)이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30·삼성생명)에게 물었다. "금메달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던데 형도 그렇게 생각해요?"

'금메달은 하늘이 내린다.' 태릉선수촌에서 오래도록 내려온 '속설'이다. 10명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가운데 9명이 동의했다. 런던올림픽을 100일 앞두고,하늘이 내린 대한민국 금메달리스트 10인(박태환 장미란 이용대 유남규 유승민 최민호 이원희 사재혁 정지현)에게 짜릿했던 '금메달의 추억'을 물었다. 런던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는 선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에 기꺼이 '금메달 시크릿'을 전수했다.

금메달 하늘이 낸다

금메달리스트 대부분이 '금메달은 하늘이 낸다'는 선수들 사이의 속설을 긍정했다. '아테네 탁구영웅' 유승민은 '아무리 준비가 돼 있더라도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답했고, '여자역도의 레전드' 장미란 역시 '최선을 다하고 그외 컨디션, 훈련환경, 지도자, 팬들의 간절함이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고 답했다. '아테네 여자양궁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박성현은 '금메달은 꼭 따야 한다고 해서 따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베이징 역도 영웅' 사재혁 역시 '맞는 것같다. 월등한 기량을 가진 선수도 올림픽 메달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라며 공감했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는 '교수님'답게 명쾌한 결론을 내렸다. '하늘이 내린다는 말은 올림픽에서 이변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실력은 당연히 갖춰야 할 능력이고 정신력, 자세, 심리조절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하늘이 내리는 것이 맞지만 결국 심리조절과 멘탈은 '인간의 몫'이라는 말과 함께 '올림픽이란 대회는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 인생을 바꾼 금메달의 모든 것

금메달 전날 밤 많은 선수들이 긴장감으로 잠을 못이뤘다고 했다. '언제 잠들었는지 무슨 꿈을 꿨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이용대) '시합 전날 잠이 안왔다. 꿈도 없었다'(사재혁) '잠을 설친 기억만 난다'(유승민) 물론 금메달 예지몽도 있었다. 남자유도의 최민호와 레슬링의 정지현은 나란히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 따는 생생한 꿈을 꿨고, 박성현은 가족이 길몽을 대신 꿔줬다.

인생을 바꿔놓은 금메달의 가치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박태환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만 굳이 환산한다면 백지수표'라고 센스있게 응답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유남규 남자탁구대표팀 전임감독은 '지금 돈 가치로 환산하면 100억쯤?'이라는 현실적인 답변을 내놨다. 사재혁은 '10억 주면 팔아야 하나 ㅋㅋ(장난)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라며 특유의 농담을 건넸다.

10인의 올림픽 챔피언 전원이 금메달을 깨물어봤다고 답했다. 박태환은 '깨물어봤는데 완전히 순금은 아니더라', 사재혁은 '아직도 이빨 자국이 선명하다'고 농담했다. 금메달 보관 방법도 제각각이다. 박태환은 거실 장식장 메달 진열대에 소중히 보관중이다. 박성현 장미란도 장식장 안에 넣어놨다고 응답했다. 최민호는 '집에 잘 걸어놨다'고 했다. 유남규 감독은 서울올림픽 당시 탁구 경기장이었던 서울대 체육관에 영광의 금메달을 기증했다.


금메달 직전 긴장 해소법?

금메달리스트들의 긴장 해소법은 '즐기기''마인드컨트롤' '내려놓기'로 나뉘었다. 박태환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기대감이 넘쳐나 특별히 긴장감을 가지지 않았다'고 했다. 박성현 역시 '재밌게 쏘려고 생각했다.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유남규 감독은 대표적인 마인드컨트롤 파다. '항상 나는 최고다. 악수하고 나올 때까지 방심하지 말자'는 생각과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제자 유승민 역시 '시상대에 오르는 상상을 하면서 긴장을 풀었다'고 했다. 신앙심이 깊은 장미란은 극도의 긴장감을 기도의 힘으로 버텼다. '내려놓기'를 택한 선수들도 많았다. 최민호는 '긴장감은 떨쳐지지 않는다. 그냥 받아들였다'고 했다. 베이징 금메달 직후 '윙크보이'로 벼락스타가 된 이용대는 '최대한 부담감을 가지지 않으려 했다. 져도 된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잘 풀리는 것같다'고 답했다. 사재혁은 '금메달 욕심을 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 욕심을 버리는 게 비법'이었다고 했다.

금메달 직전 챙겨먹은 보약은?

금메달리스트들이 가장 선호하는 보약은 '홍삼'이었다. 장미란, 박성현이 '홍삼', 이용대가 '홍삼, 오리백숙, 비타민제'를 즐겨먹었다고 답했다. '탁구 레전드'인 유남규 감독, 유승민은 불고기 등 육류로 체력을 보충했다고 답했다. 박태환은 된장찌개, 병어조림 등 '엄마표 밥상'을 선호한다. 경기 직전에도 한식을 숙소로 배달해 속편한 식사로 컨디션을 조절한다. 유도, 레슬링 등 압도적인 체력을 필요로 하는 격투기 선수들은 '보양식'을 즐겼다. 올림픽을 앞두고 고단백 스태미너식으로 체력을 다졌다. 유도의 이원희는 '평소 장어, 개소주, 붕어 등을 먹었고, 경기가 다가오면서 뱀을 먹었다'고 했다. 최민호는 '삼계탕, 오리, 장어 등 고단백 위주로 좋다고 하는 음식은 다먹었다'고 밝혔다. 레슬링의 정지현 역시 뱀, 보신탕, 삼계탕 등을 가리지 않고 먹었다.

금메달 후 십중팔구 "슬럼프 겪었다"

금메달리스트 대부분이 금메달 직후 크고 작은 슬럼프를 경험했다. 박태환은 '지나친 관심과 언론 보도 등으로 개인생활이나 자유가 없어진 점이 힘들었다. 2009년 로마선수권에서 슬럼프가 있었고, 슬럼프는 또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도 됐다'고 털어놨다. 사재혁은 '이유없이 훈련장에 나가면 의욕이 상실되고 토할 것 같았다 남들이 말하는 목표의식을 잃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최민호 역시 '모든 게 슬럼프였다. 나도 모르게 자만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은 경우도 많았다. 유남규 감독은 서울올림픽 이후 허리디스크로 2년 넘게 고생했고, 이용대는 팔꿈치 부상으로 한동안 마음고생을 겪었다. 장미란 역시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이원희는 '슬럼프는 없었다. 내가 운동을 소홀히 했을 뿐'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아테네 금메달 후 베이징올림픽 8강 탈락의 아픔을 맛봤던 정지현은 '아테네 이후 체급을 올려 실패했다'고 했다. '스타는 잠깐 떠올랐다가 떨어지게 돼 있다. 스타보다는 영웅이 되고 싶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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