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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10-3의 7점차인데 마무리 투수가 등판했다.
이날 경기에서 LG가 10대3으로 크게 이겼다.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5이닝 동안 2안타(1홈런) 1볼넷 7탈삼진 1실점의 쾌투로 시즌 첫 승을 거뒀고, 오스틴 딘의 투런포 등 장타가 쏟아지면서 초반에 승부가 갈렸다.
그런데 10-3으로 앞선 9회말 두산의 마지막 공격 때 의아한 장면이 나왔다. 에르난데스 이후 이지강-김진성-정우영-김유영으로 8회까지 막은 LG는 9회말 김영준을 올렸다. 양석환에게 솔로포를 허용하고 김재환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LG 불펜에서 투수가 몸을 푸는 게 보였다. 가만 보니 마무리 유영찬이었다. 김영준이 계속 점수를 주면서 부진하면 등판시킬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김영준이 허경민을 우익수 플라이, 조수행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 2아웃을 만들었다. 유영찬 등판은 없을 것 같은데 이때 최상덕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투수 교체를 의미했다.
진짜 유영찬이 등판했다.
이유가 있었다. 유영찬이 너무 오랫동안 등판을 하지 못한 것. 유영찬의 마지막 등판은 7월 25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이었다. 당시 1이닝을 1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막았는데 이후 등판 기회가 없었다. 우천으로 취소되고 폭염으로 취소되고 팀이 지고, 이길 땐 크게 이기는 바람에 마무리 투수가 등판할 일이 없었다.
LG 염경엽 감독은 유영찬이 오래 쉰 것에 대해 사실 반겼다. 그동안 멀티 이닝을 소화하는 등 체력적으로 부담이 생겼던 상황이어서 긴 휴식이 체력 보충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팀이 4연패까지 하다보니 유영찬의 휴식이 13일까지 길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이날 마저 10-3으로 크게 앞서는 바람에 세이브 상황이 주어지지 않았다.
주말 NC 다이노스전에 세이브 상황에서 갑자기 등판했다가 경기 감각이 무뎌져 제구가 잘 안되거나 해서 경기가 틀어져버리면 안되기에 두산전서 아웃카운트 하나 정도를 잡으며 감각을 되찾도록 한 것.
리드 당하는 두산에서 볼 땐 불쾌할 수 있는 장면이다. 그래서 최상덕 코치가 두산 벤치 쪽을 보고 고개를 숙였고 이후 사정을 설명하는 듯한 제스쳐를 보이기도 했다.
유영찬은 이유찬을 상대로 멀리 빠지는 볼을 던지기도 했지만 149㎞의 빠른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고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