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태업 논란에 휩싸인 외국인 타자가 엔트리에서 빠지자, 팀이 하나로 뭉쳤다. 여름에 강한 라이온즈가 2위를 탈환했다.
류현진을 무너뜨린 승리. 무엇보다 전날 태업 논란으로 팀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들었던 외국인 타자가 엔트리에서 빠진 직후, 하나로 뭉쳐 뒤집기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의미 있다.
삼성은 지난 7월 10일 데이비드 맥키넌을 방출하고 대체 외국인 타자로 루벤 카데나스와 계약했다. 맥키넌이 전반기 72경기에서 타율 2할9푼4리(272타수 80안타) 4홈런 36타점으로 나쁘지 않은 타격 성적을 보였지만, 장타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타자친화형 구장에 가까운 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쓰면서 홈런을 4개밖에 치지 못한 것은 구단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맥키넌의 홈런 4개는 모두 홈 구장에서 친 것이고, 원정 경기에서는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
처음 3경기까지는 괜찮아보였다. 7월 1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고, 데뷔 안타를 2루타로 신고한 카데나스는 두번째 경기에서 2안타 1홈런 2타점, 세번째 경기에서 3안타 1홈런 3타점을 터뜨렸다. 21일 경기에서 친 홈런은 무려 9회말 역전 끝내기 투런 홈런이었다. 삼성이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했던 바로 그 그림이 정확히 나왔고, 모두가 삼성의 외국인 타자 교체가 성공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7월 26일 이후로 카데나스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허리 통증을 느끼고 있어서 선발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병원 검진상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한다. 금방 돌아올 수 있을거라 판단해 엔트리 제외도 하지 않았는데, 시간만 흘러갔다.
|
박진만 감독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던 지난 6일 한화전에서 복대를 차고 벤치에 앉아있던 카데나스는 경기 후반 한 타석을 소화했지만 허리 부위를 잡으면서 얼굴을 찡그리고 무성의한 스윙으로 삼진을 당하고 들어갔다. 이후 중견수 대수비를 소화했는데 안타를 허용한 이후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놀랄만큼 '설렁설렁' 산책 수비를 보여줬다. 무사에 타자를 2루까지 보내는 성의 없는 플레이였다. 박진만 감독은 곧장 카데나스를 교체하고 대수비 김헌곤을 투입했다. 중계 화면으로만 봐도 싸늘하게 식은 삼성 벤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
병원 검진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본인이 이렇게 불편함을 느낀다면 한국 의료진을 전혀 신뢰하지 않거나 현재 야구를 열심히 하고싶은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
특히 벤치에서, 또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며 카데나스를 지켜보던 팀 동료들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카데나스와 체결한 계약 조건 47만7000달러 중 이적료 5만달러와 인센티브 10만달러를 제외하면, 보장된 금액만 32만7000달러다. 한화로 무려 4억5000만원에 달한다.
태업 논란이 기사화되면서 외부에서도 시끌시끌한 상황.
이런 와중에도 삼성은 집중력 있는 역전승으로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때 4위까지 미끄러졌다가 3위에서 더 올라가지 못하고 있던 삼성은 이 짜릿한 역전승으로 마침내 LG를 제치고 2위 탈환에 성공했다.
여름과 더위에 유독 강해 '여름성'이라 불리는 삼성. 외국인 타자 논란에 흔들리지 않는 증거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