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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인터뷰] 박지성이 직접 그린 뇌구조 "결혼은?"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3-18 00:08 | 최종수정 2012-03-20 19:30


영국 맨체스터 캐링턴훈련장에서 스포츠조선 창간 22주년 인터뷰를 마친 박지성과 박지성이 직접 그린 뇌구조의 모습. 맨체스터(영국)=이 산 유럽축구 리포터

서른 한 살. 박지성은 혼기가 찼다. 그래서 '대한민국 최고의 신랑감'은 1년에 한 두번씩 결혼 스캔들에 시달린다. 지난 1월에는 미인대회 출신 사업가와의 결혼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그만큼 박지성의 결혼 소식은 축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대형 이슈다. 박지성에게 '결혼은 언제쯤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러자 "지금이라도 좋은 여성이 나타난다면 당장 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현재 박지성은 결혼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을까. 박지성이 직접 그린 자신의 뇌구조를 통해 살펴보자.

결혼 고작 20%? '내조의 여왕' 어디 없소?

의외였다. 결혼은 박지성의 머릿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20% 정도에 불과했다. 지난해 6월 베트남 자선경기 때 밝혔던 결혼 생각이 진전되지 않은 듯하다. 당시 박지성은 "어린 나이에 결혼해 외국에 나가면 좋은 환경에서 편안하게 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왔다. 나름대로 잘 지내왔다. 굳이 지금에서야 가정을 이뤄야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기 싫다는 것이 아니다. 아직 인연을 못 만난 것 뿐이다. 결혼이 늦어지고 있는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주로 영국 맨체스터에서 생활하는 박지성은 결혼을 위한 꾸준한 만남을 가질 시간이 없다. 시즌 중에는 훈련하고 몸을 만들기도 빠듯하다. 이런 가운데 박지성의 부친 박성종씨는 아들에게 결혼할 상대를 만나보라는 제안을 하고 있다. 실제로 박지성은 한시즌을 마친 뒤 국내에 머무는 동안 몇 차례 소개팅을 한다. 그러나 코드가 맞는 배필을 만나지 못했다. 박지성의 이상형은 '이해심 많은 여성'이다. 몇 년 남지 않은 현역생활에 집중할 수 있게 옆에서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내조의 여왕'을 바라고 있다. 연예인과 유명인사도 거절이다.

축구선수 아니랄까봐

역시 축구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선수답게 축구 생각이 절반이나 덮여 있었다. 항상 지금보다 기량적으로, 심리적으로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생각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2002년 네덜란드 명문 PSV에인트호벤의 유니폼을 입은 박지성이 유럽 무대에서 10여년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한 가지는 '성실함'이다. 오로지 축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연애 등 축구 이외의 생각들은 '사치'라고 여긴다. 숙소-훈련장-숙소를 오가는 단순한 패턴이다. 박지성은 경기가 없는 날 오전에 훈련장으로 출근했다가 훈련을 마친 뒤 마사지나 간단한 치료를 받고 퇴근한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면 더 이상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축구에만 집중하는 삶을 산다. 성공의 비결 중 또 한 가지는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신체적 불리함과 플레이의 단점을 일찌감치 파악한 그가 장대같은 유럽 선수들 사이에서 버텨낼 수 있는 방법을 머릿 속에 그렸다. 이 그림을 경기에 대입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여나갔다. 이젠 '이미지 트레이닝'에 의존하지 않는다. 베테랑이 다 됐기 때문이다. 맨유에서 7시즌 동안 뛰면서 축적된 경험을 활용한다. 이처럼 박지성의 축구인생은 치밀하게 계산됐다. '인간 승리'를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더라도 노력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은퇴 후 계획 20%, '축구 외교가'

결혼 뿐만 아니라 은퇴는 박지성에게도 '뜨거운 감자'다. 박지성은 늘 맨유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내왔다. 그러나 꼭 맨유가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는 "어떻게 은퇴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많은 시간이 남지 않은 것은 자명하다"며 "맨유에서 은퇴하지 않는다면 일본이든 네덜란드든 다른 구단에서도 은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은퇴는 몸 상태에 따라 좌우된다고 했다. 박지성은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점은 1~2년일 것이다. 언제까지 맨유에서 활약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몸상태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축구화를 벗은 이후에는 어떤 삶은 살까. 일단 지도자에 대한 생각은 없다. 감독들이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장면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축구 외교가'를 꿈꾼다. 베트남 자선 축구대회와 같은 이벤트 대회를 통해 한국을 넘어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잡생각 10%, '제2회 자선 축구대회'

박지성의 뇌구조 중 10% 정도 차지하는 것은 잡생각이었다. 특별하게 생각나는 것이 없다고 했지만, 유추해볼 수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제2회 자선 축구대회'가 포함될 수 있다. 지난해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렸다. 올해는 태국에서 벌어진다. 이와 관련해 선수 구성도 고민이다. 지난 대회에 아시아 선수들로만 구성됐다. 외국 선수들은 스케줄상의 이유로 아쉽게 참가하지 못했다. 이번엔 어떤 선수를 부르고, 섭외는 어떻게 할 지 고민 중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맨체스터(영국)=이 산 유럽축구리포터 dltk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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