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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수사대] 검색의 달인들…1시간이면 '신상 털기' 끝!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0-11-02 16:42 | 최종수정 2010-11-07 21:46


세계 유일 집단…그 실체는?


네티즌 수사대

타진요

네티즌 수사대

사진캡처=MBC
"조사하면 다 나와."

지난달 8일 방송된 'MBC스페셜-타블로 그리고 대한민국 온라인'은 특별한 실험을 실시했다. 개그맨 이국주의 동의 하에 개인정보를 인터넷으로 찾아내는 일명 '신상 털기'를 시도한 것이다. 사이버 보안학교 학부생 5명에게 주어진 건 이국주란 이름과 나이 그리고 인터넷 아이디뿐이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불과 15분 만에 인터넷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이어 한 시간 만에 친구들 전화번호, 학력, 집주소가 공개된 데 이어 학창시절 사진과 친구와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 등 각종 자료가 5명의 손에 쥐어졌다. 모두 해킹은 물론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은 결과다. 바로 네티즌 수사대의 위력이다. <편집자주>

"날 차버리고 간 A군, 두 살 연하의 배우였다"

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고백한지 하루도 안 걸려 누군지 찾아내는 사람들. 보통 이들을 '네티즌 수사대'라 통칭한다. 미국의 범죄과학수사대 CSI와 네티즌(Netizen)의 이니셜 N을 혼합해 'NCSI'라 부르기도 한다.

네티즌 수사대의 특징은 작은 단서만으로도 정확한 사실을 캐내는 놀라운 정보력이다. 타블로 학력 의혹을 제기했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이하 타진요)의 운영자 왓비컴즈의 개인정보가 경찰 발표 5일 전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공개된 건 그들의 정보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검색엔 달인급이고, 인터넷 사용 시간이 상당히 많다는 점도 그 특징이다. 네티즌 수사대의 대표 집단으론 발 빠른 정보력과 끈기 있는 검색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코미디 갤러리'(코갤)가 꼽힌다. 경찰청보다 빠른 수사력을 지녔다고 해 '코찰청'이라고도 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은 악성 댓글을 배설하는 곳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할 일 없는 '잉여'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각종 연예 게시판에서 활약하는 일부 네티즌들 역시 네티즌 수사대라 할 수 있다.


네티즌 수사대란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일반인들보다 더 특별한 능력과 존재를 지닌 것만은 아니다.

보안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는 "검색에 능숙하면 특정인의 신상을 입수하는 건 일도 아니다.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인터넷에 이름 나이 성별 전화번호 등을 별 의심 없이 공개한다. 그 남아있는 흔적들을 찾는 것인데 개인 아이디 하나만 알고 있어도 검색과 개인홈피, 블로그 등을 통해 흩어져 있는 정보를 종합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연예 관계자는 "표적이 된 사람의 주변인들의 제보도 네티즌 수사대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과거 동창이나 지인들이 아무렇게나 남긴 글들이 결정적인 단서가 돼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신예 스타 신세경과 그룹 샤이니의 종현 역시 두 사람의 데이트 장소였던 커피숍 아르바이트생이 쓴 목격글이 공개 연애의 단서가 됐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CSI의 탄생지인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네티즌 수사대의 위용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외국 연예인들의 은밀한 사생활은 전문 파파라치가 파헤치고, 충격적인 사건들 역시 네티즌 수사대가 아닌 언론이 보도를 한다. 네티즌 수사대는 IT 강국인 대한민국에서만 자생해 성장한 호기심 많은 '특징적 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다정 기자 anbi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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