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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4년…'몸사리지 않은' 35세 배구여제가 밝힌 M-Z세대 라커룸 스토리 [인천비하인드]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01-30 11:36 | 최종수정 2023-01-30 11:51


2022-2023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전이 29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렸다. M스타 여자팀 김연경이 득점의 기쁨을 춤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1.29/

[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14년만에 '만원 관중'과 함께 한 배구여제의 올스타전. 35세 김연경(흥국생명)은 물만난 고기였다.

29일 도드람 2022~2023시즌 V리그 올스타전이 열린 삼산월드체육관.

MZ세대간의 맞대결로 기획된 이날 올스타전에서 '별중의 별'은 역시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에겐 데뷔 4년차였던 2008~2009시즌 이후 무려 14년만의 올스타전 출전이었다. 투표 전체 1위에 이어 생애 첫 올스타전 MVP까지 수상하며 화려한 복귀전을 치렀다.

분위기를 주도한 쪽은 Z스타 쪽이었다. 이다현 김다인(현대건설) 강소휘 권민지(GS칼텍스) 엘리자벳(KGC인삼공사)등 '젊은피'의 댄스 세리머니가 강렬했다. M스타에선 귀여운 댄스와 족구를 연상시키는 '발서브'를 선보인 박정아(도로공사), 올스타에 뽑히지 않은 팀동료 산타나(기업은행)과의 교체에 이어 주심으로 깜짝 등장하는 등 센스가 돋보였던 김희진(기업은행)이 시선을 끌었다.


2022-2023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전이 29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렸다. M스타 여자팀 김수지와 김연경이 득점의 기쁨을 춤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1.29/
하지만 무엇보다 김연경의 존재감이 독보적이었다. 경기전 "어린 친구들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은데, M스타도 준비 끝났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김연경은 팀동료들을 격려해 세리머니로 끌어내는가 하면, 경기 막바지엔 직접 이다현과 세리머니 기싸움까지 벌이며 현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리그 최고참급임에도 몸사리지 않고 팬들을 즐겁게 했다.

경기 후 만난 김연경의 소감은 "긴 하루"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모처럼 이렇게 많은 팬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 옛 동료들과 한 팀으로 뛰는 것도 재미있었다"면서도 "팬들은 긴 시간 함께 하시는 걸 좋아하시겠지만…선수 입장에선 조금 짧게 하면 좋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선수들은 경기전 팬과의 인생네컷 사진 촬영을 비롯해 검표 등 각종 부스에서의 팬맞이에 직접 나섰다. 올스타전 경기만도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전날 프리 올스타전까지 치른 점을 감안하면, 녹초가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2022-2023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전이 29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렸다. M스타 여자팀 김연경과 산타나가 득점의 기쁨을 춤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1.29/
김연경은 "MVP가 내가 맞나 싶었다. 받을만하다곤 하는데…김희진이 오늘 세리머니 많이 하지 않았나"라며 성공적인 올스타전의 공을 동료에게 돌리기도 했다. 이다현과의 신경전에 대해서는 "멋있고 쿨한척 춤추는 표정이 마음에 안들었다. 얄밉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나이도 있고 연차도 있고, 내가 나서긴 좀 그렇지 않나"라는 마음을 솔직히 밝힌 뒤 "그런데 M스타 Z스타로 나눠놓았고, 내가 올스타 투표 1등이라 뭐든지 안할 수 없었다. 환호성 속에 기분좋게 뛰었다"고 이날을 돌아봤다. 팬들과의 '인생네컷'에 대해서는 "생전 처음 찍어보는 거라 어색했는데, 재미있더라"고 덧붙였다.


2022-2023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전이 29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렸다. M스타 여자팀 김연경이 득점의 기쁨을 춤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1.29/
14년전엔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세리머니를 펼쳤다는 김연경. 세월의 차이를 몸으로 느꼈다. 김연경은 "지금 Z스타들은 라커룸에서 같이 사진 찍고 에너지가 넘친다. M스타들은 이미 빨리빨리 집에 갔다. 나도 몸살 안 걸리면 다행일 정도"라며 웃었다.

"내년에도 올스타 뽑아주시면 또 하겠다. 팬들의 선택을 거부할 순 없다. 개인적으론 올스타 MVP는 좀 쑥스럽다. 정규리그에서 실력으로 MVP를 받고, 좋은 결과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


인천=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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