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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권순찬 전 감독의 갑작스런 경질과 김기중 감독의 합류 절차 미완. 흥국생명 사태가 여전히 수습되지 않고 있다.
흥국생명은 감독 대행 체제로 벌써 2경기를 치렀다. 지난 2일 권 전 감독이 시무식에 앞서 사퇴 형식으로 전격 경질됐고, 뒤이어 김여일 전 단장 역시 함께 직을 내놓았다. 선수들은 전날까지 연말연시 휴가를 보내고 숙소에 복귀한 시점에서야 이 얘기를 전해들었다.
이에 대해 신용준 신임 흥국생명 단장은 "전 감독과 전 단장이 로테이션 등 선수단 운영 문제로 갈등이 있었고, 이에 따라 모기업에서 양측을 모두 사퇴시켰다. (일각에서 제기된)선수 기용 문제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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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GS칼텍스전에서 지휘봉을 잡은 사람은 이영수 전 수석코치였다. 이날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앞세워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따냈지만, 이 전 수석은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오늘이 마지막 경기"라며 그 역시 사퇴를 선언했다. KB손해보험 시절부터 권 전 감독과 함께 해온 그는 "내 마음이 불편해서 싫다"고 했다. 김연경과 김해란을 비롯한 선수들에겐 경기력을 우려해 사전에 알리지 않은 선택이었다.
뒤이어 인터뷰에 임한 김연경과 김해란은 "이제 우리에게 기회가 오는 시점에 안타까운 일이 생겨 마음이 복잡하다. 우리가 어디까지 감당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권 전 감독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하고자 하는 마음이 서로 같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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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연경은 "로테이션(포지션)은 그 형태로 지금 4패밖에 안하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회사 쪽 이야기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다음 감독님이 오신다 해도 신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회사 말을 잘 듣는 분을 선호할 테니까. 누굴 위한 경질인지 모르겠다. 이런 일이 있나 싶다. 몸이 좋지 않지만, 오늘 안 뛰면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싶어 뛰었다"고 강조했다.
김해란은 전 단장의 선수 기용 개입에 대해 "나도 알고 있었다. 마음 상한 선수들이 있었고, 저 또한 그 중 하나다. 그 문제에 대해 감독님께 '마음이 상했다'고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선수단 운영' 아닌 '선수 기용'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김연경 역시 "그냥 사실이다. 공감하고 말고 할 게 없다. 이런 힘이 있을까 싶은 상황이다. 이 팀의 일원으로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자체가 부끄럽다"고 거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팬들이 우릴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속내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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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이틀이 지난 현재, 아직도 새 감독은 선수단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흥국생명 팬들은 장충 태광그룹 본사, 광화문 흥국생명 본사, 상암동을 순회하는 코스로 운영되는 트럭 시위를 이날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사태수습은 선수들의 몫이 아니다. 태광그룹과 흥국생명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 및 구단운영을 정상화하라. 선수와 팬을 방패로 삼지 말라. 팬들은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