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팀도 당황한 김연경 결장…'개막 앞두고 무리No' 아쉬움 남은 3000 배구팬 [순천초점]

사진제공=KOVO

[순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결승 진출이 눈앞이었다. 2년전엔 하지 못했던 컵대회 우승을 통해 김연경의 복귀를 화려하게 알릴 수 있었다.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19일 순천-도드람컵 준결승 흥국생명-도로공사전이 열린 순천 팔마체육관은 최대 35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유료 티켓만 2552장이 팔렸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앞 경기(GS칼텍스-현대건설)를 본 관객도 비지정석에서 계속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고 설명하며 현장 관객이 3000명을 넘겼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로공사는 'V리그 최고령' 정대영부터 임명옥 배유나 문정원 등 국가대표급 멤버들, 이번 대회를 통해 깜짝 스타로 떠오른 김세인 이예림 등 영건들까지 총출동했다. 김종민 감독도 김연경의 출전 여부를 의심하지 않았다. 이미 앞선 조별리그 2경기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

흥국생명의 입장은 달랐다. '김연경의 귀환'보다는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의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순천-도드람컵 준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0대3으로 완패했다.

이날 김연경, 김미연, 김해란 등 흥국생명의 주축 선수들은 재킷을 걸친 채 웜업존에 머물렀다. 주전 세터 김다솔도 1세트에만 출전했고, 앞서 2경기를 책임졌던 세터 박혜진은 아예 나서지 않았다.

변지수 박은서 박현주 김다은 박수연 등 어린 선수들에 베테랑 김나희만을 더한 라인업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체력과 경험, 기술 모두 역부족이었다.

사진제공=KOVO

권순찬 감독의 확진으로 지휘봉을 잡은 김대경 감독대행은 "원래 이번 컵대회는 백업 선수들 위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김연경의 출전은 어디까지나 선수 부족에 따른, 계획에 없던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것. 리그 개막을 앞두고 아직 컨디션이 완성되지 않은 주력 선수들이 무리하게 뛰었다가 부상이 올까 우려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현장은 사실상 흥국생명의 홈코트를 방불케 했다. 관객석의 4분의3 가량을 흥국생명을 응원하는 팬들이 채웠다.

차라리 정규시즌이라면 이해할만했다. 컵대회는 매년 배구시즌의 시작을 알리며 열기를 끌어올리는 이벤트다. 배구 저변 확대를 위해 연고 구단도 없는 순천에서 치러진 대회다.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도로공사와 달리 흥국생명은 일본 팀의 기권으로 2경기만 치렀다.

코트 사이드의 양팀 열혈 팬들은 유망주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환호를 쏟아냈다. 반면 중앙 쪽 좌석의 열기는 세트가 거듭될수록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들은 배구 선수 그 이상, '수퍼스타' 김연경을 보기 위해 찾아온 팬들이었다.


순천=김영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