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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철 낭만은 사치…현대건설, 굵은 땀으로 동해바다에 새긴 두 글자 '우승'[동해 현장스케치]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2-07-12 17:18 | 최종수정 2022-07-12 17:25


◇동해=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동해=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2일 동해 망상해수욕장.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개장을 앞둔 해수욕장엔 설렘이 가득했다. 관계자들은 손님맞이를 위한 부대시설 정비에 여념이 없었다. 더위를 피해 일찌감치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면서 피서를 만끽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2022~2023 V리그 개막을 앞둔 '디펜딩챔피언' 현대건설은 이날 전지훈련 첫날 일정으로 '해변 훈련'을 택했다. 내달 컵대회를 앞두고 손발을 맞추는 시기. 지난 시즌 피로와 부상, 대표팀 소집 여파 등이 뒤섞여 있는 여건을 떠
◇동해=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올려보면 으레 '기분전환' 정도의 훈련을 상상할 만했다. 이런 질문에 김정한 현대건설 트레이너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근력, 지구력 강화 차원의 엄연한 훈련"이라고 답했다.

곧 해변 한켠에선 파도 소리와 더불어 함성과 탄식이 뒤섞였다. 500m 코스 백사장 왕복 5바퀴의 장거리 러닝으로 훈련이 시작됐다. 발목 피로골절로 재활 중인 정지윤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 모두 백사장을 뛰기 시작했다.

밟는 순간 발이 푹푹 꺼지는 백사장 러닝은 일반 도로 같은 거리의 코스보다 3배 이상의 체력을 요구한다. 발이라면 코트에서 단련된 선수들도 세 바퀴째부터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네 바퀴째를 돈 고예림이 강성형 감독을 향해 "다 끝났다~"고 농을 쳤지만, "한 바퀴 남았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초반 한 바퀴를 뛰고 숨을 헐떡이던 강 감독은 이내 선수들과 함께 마지막 바퀴를 뛰기 위해 백사장을 가로질렀다. 짧은 휴식을 마친 선수들은 50m 스피드 인터벌까지 소화하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여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동해바다의 정취는 이날만큼은 이들에겐 사치였다.


◇동해=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곧 강 감독을 향한 복수에 나섰다. 해변훈련을 마친 뒤 진행하는 전통의 입수식. 선수들에 둘러싸인 강 감독은 그대로 해변으로 끌려가는가 싶더니 "파도가 너무 세다", "선수, 코치들도 같이 들어가자"고 엄살을 부렸다. 결국 강 감독을 필두로 선수, 코치들이 함께 입수식을 펼치면서 훈련 첫날 일정은 유쾌하게 마무리 했다.

현대건설에겐 2021~2022 V리그는 환희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시즌이었다. KOVO컵에 이어 V리그까지 단독 선두를 질주하는 압도적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막혀 시즌이 조기 중단되면서 결국 2019~2020시즌에 이어 또 다시 '우승'이 아닌 '정규시즌 1위' 신분으로 시즌을 마쳤다. 두 번이나 우승컵을 들지 못한 채 1위 타이틀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아픔을 훌훌 털어내고자 하는 현대건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다.


동해=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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