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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손을 주먹으로 쾅! '4연승' 기업은행, 하이파이브부터 다르다 [화성스케치]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2-06 17:20 | 최종수정 2022-02-07 06:51


2021-2022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경기가 6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화성=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2.06/

[화성=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호랑이가 달라졌다. 한없이 높고 무서웠던 존재. 이젠 선수들이 스스럼없이 장난을 친다.

김호철 기업은행 감독은 현역 시절 '황금의 손'으로 불리며 한국은 물론 이탈리아리그에서도 시즌 MVP와 우승컵을 거머쥔 아시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였다. 남녀를 통틀어 '배구여제' 김연경을 제외하면 옆에 설만한 선수가 없다.

양국 리그는 물론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장이기도 하다. 배구 선수들의 입장에서 보면 가히 넘사벽 전설. 당연히 사령탑으로도 어렵고 무서운 존재였다.

하지만 올해 내홍에 연패, 신생팀에게 패배한 유일한 팀이라는 굴욕까지. 흔들리던 기업은행에 부임한 김호철 감독은 완전히 달라졌다. 작전시간에도 때론 왕년 못지 않은 노호성을 뿜기도 하지만, 67세의 나이 때문인지 한결 유해졌다. 꾸짖기보단 격려하고 위로한다. '호요미(김호철+귀요미)'라는 별명도 붙었다.

기업은행은 6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시즌 5라운드 페퍼저축은행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0(25-18, 25-23, 25-17)로 승리했다. 이로써 최근 4연승 질주. KGC인삼공사전 2연승, 2위팀 도로공사 저격에 이어 올시즌 2패를 허용했던 페퍼저축은행마저 꺾으며 올시즌 최고의 상승세를 만끽하고 있다.

무엇보다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날도 화성체육관은 어김없이 매진됐다. 1576명 홈관중의 열광 속 기업은행은 한층 활발한 경기력을 뽐냈다.


2021-2022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경기가 6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기업은행 김희진이 페퍼저축은행 최가은의 블로킹 사이로 스파이크를 강타하고 있다. 화성=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2.06/
특히 경기전 입장 과정에서 감독과 선수들의 케미가 눈에 띄었다. 장내 아나운서의 콜에 따라 차례로 입장한 기업은행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와 연신 손을 마주치며 파이팅을 다짐한다.

코트로 들어서기 전 가장 마지막 차례가 사령탑이다. 선수들의 팔 스윙은 김호철 감독 앞에만 서면 유독 독하게 빨라졌다. 장난스레 주먹을 수직으로 내려치는 선수도 있었다.


김호철 감독 또한 선수들의 이같은 장난기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슬쩍 손을 빼는 등 선수들과 밀고 당기는 심리전을 펼쳤다. 사령탑의 옆을 스쳐지난 선수들은 춤을 추듯 코트로 들어서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김희진 표승주 김수지 등 '태극마크 3총사'의 여전한 활약도 이어졌지만, 무엇보다 독한 감량을 통해 입국 당시와 완전히 달라진 몸매를 뽐낸 산타나가 연신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 김 감독은 "40일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다. 스피드나 파워가 붙으니 생갭다 훨씬 잘해주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21-2022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경기가 6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화성=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2.06/
상승세의 중심에는 그의 가르침으로 거듭난 세터 김하경이 있다. 김 감독은 "어차피 여유가 있는 시즌이었으니까. 배구 기본부터 다시 가르쳤다. 처음부터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보시면 된다"면서 "보면 알겠지만 움직임이 다르다. 여기에 스스로의 기량에 자신감만 갖춘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다만 빨리 배운 건 빨리 잊는다. 무엇보다 꾸준한 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연승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은 8승19패, 승점 22점으로 6위다. 9경기를 남겨둔 현재 4위 인삼공사(승점 41점) 추격도 버겁다. 5위 흥국생명(승점 25점)을 따라잡는게 현실적인 목표.

김 감독의 계약기간은 오는 2023~2024시즌까지다. 그는 "우선 5라운드까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우리 팀이 순위싸움하는 상황은 아니니까, 6라운드에는 선수들을 전체적으로 한명한명 체크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로도 감독으로도 언제나 순위표 최상단을 다퉈온 남자. 그의 머릿속 기업은행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화성=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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