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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헌 감독, '배구의 신' 신치용과 다른 왕조 건설 중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11-19 20:22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60·제일기획 스포츠구단 운영 담당 부사장)은 '배구의 신'으로 불렸다. 1995년 삼성화재 초대 사령탑에 오른 뒤 20여년 동안 슈퍼리그 8연패와 V리그 챔피언결정전 8회 우승을 차지했다. 항상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사실 국내 최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맺은 결실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김세진 최태웅 김상우 신진식 장병철 여오현 석진욱 박철우 등 최고의 스타들의 덕을 봤다. 외인도 잘 데려왔다. 좋은 기량에다 인성과 희생정신이 투철한 선수를 데려와 한국 배구형 또는 삼성화재형 외인을 만들었다. 레안드로→안젤코→가빈→레오는 삼성화재가 프로배구 '1강'을 놓치지 않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신치용 왕조는 지난 시즌 막을 내렸다. 바통은 신 전 감독을 10년간 보좌한 임도헌 감독(43)이 이어받았다. 처음에는 우려의 시각이 컸다. 전임자의 그림자가 너무 컸다. 신 전 감독이 쌓은 업적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임 감독의 뚝심은 신 전 감독과 또 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다. 강한 자신감은 잠시 숨긴 채 겸손함과 새로운 도전 의식으로 감독 데뷔 시즌을 무난하게 치르고 있다.

우선 빨간불이던 외국인 공격수는 파란불이 켜졌다. 시즌 전부터 변수가 휘몰아쳤다. 레오가 개인사로 인해 쿠바를 벗어나지 못했다.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벌어진 일이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가까스로 '독일 폭격기' 게오르기 그로저를 품었다. 세터와의 호흡과 적응이 문제였다. 임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로저의 기량을 믿고 있었다. 그로저는 임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18일 OK저축은행전에서 월드클래스급 기량을 뽐냈다. 특히 서브에이스 9개를 기록했다. V리그 서브 역사를 바꿨다. 한 경기 최다 서브 득점을 기록했다.

신 전 감독의 삼성화재는 '버텨낸다'는 느낌이 강했다. 팀 내 분업화가 확실히 이뤄지긴 했지만, 외국인 공격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때문에 임 감독은 체질개선에 나섰다. 국내 선수들의 기량을 강화시켰다. 신 전 감독에게 물려받은 자원이긴 하지만, 이들의 팀 내 비중을 높이고 외국인 공격수의 부담을 줄여주는 노력을 보였다. 임 감독의 노력은 2라운드부터 드러나고 있다. 센터 이선규를 비롯해 레프트 류윤식과 최귀엽의 기량을 향상시켰다. 또 리베로 이강주를 경기마다 레프트와 리베로로 변환시키면서 선수 운용의 폭을 넓혔다. 신 전 감독 때와 같은 선수들이지만, 좀 더 끈끈함을 구축한 느낌이다.

겨우내 흘린 땀의 결실이 2라운드부터 드러나고 있는 임 감독의 삼성화재다. 임 감독은 신 전 감독과 다른 왕조를 건설 중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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