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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적' 일본에 패한 후폭풍은 컸다.
이로써 한국은 28년 만에 대만에 첫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1987년 쿠웨이트에서 열렸던 아시아선수권에서 대만을 세트스코어 3대2로 꺾은 이후 27년간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24연승을 질주 중이었다. 한국은 지난 3일 대회 조별예선 최종전에서도 대만을 세트스코어 3대0으로 꺾어 연승 행진수를 '25'로 늘린 상황이었다.
이날 한국은 1세트 초반 상대의 빠른 측면 공격에 고전했다. 센터 지태환과 최민호가 블로킹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5-9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상대 서브 범실과 곽승석의 연속 공격, 송희채의 블로킹 성공으로 순식간에 9-9 동점이 됐다. 서서히 블로킹과 수비가 살아난 한국은 안정된 서브 리시브로 대만을 공략했다. 13-13으로 맞선 상황에선 최홍석의 서브 에이스로 리드를 잡았다. 근소하게 앞서가던 한국은 16-15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 연속 범실과 최홍석의 공격 성공으로 점수차를 4점으로 벌렸다. 그러자 대만은 급격히 흔들렸다. 서브와 네트 터치 범실로 스스로 무너졌다.
3세트 초반에도 한국은 1, 2세트에서 보였던 문제점이 똑같이 드러났다. 공격 시에는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전혀 흔들지 못했다. 또 상대 블로킹을 이용하지 못한 공격 실패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수비 시에는 센터들이 블로킹 타이밍을 전혀 맞추지 못했다. 당연히 경기는 어렵게 흐를 수밖에 없었다. 6-6으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선 송희채의 연속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잡혔고, 최홍석의 공격 실패로 또 다시 3점차로 끌려갔다. 문 감독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승부수를 띄웠다. 지태환 대신 '국보급 센터' 신영석을 전격 투입했다. 그러나 좀처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문 감독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12-16으로 뒤진 상황에서 최홍석 대신 주포 문성민을 교체투입시켰다. 그러나 오히려 대만의 공격력이 더 살아나면서 16-21로 끌려갔다. 서브 에이스까지 허용한 한국은 대만의 연타 공격에 맥없이 당하며 3세트도 빼앗겼다.
패배의 위기에 몰린 한국은 4세트 초반에도 상대 높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문성민의 공격도 좀처럼 먹혀들지 않았다. 2-4로 뒤진 상황에선 긴 랠리 끝에 블로킹이 아웃됐고, 곧바로 지태환의 속공도 상대 블로킹에 막혔다. 점수차는 4점으로 벌어졌다. 랠리 상황에서 좀처럼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해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던 한국은 6-9로 뒤진 상황에서 상대 블로킹에 연속으로 막힌 뒤 서브 에이스까지 얻어맞았다. 서브 리시브까지 흔들린 한국은 경기 중반 문성민의 완벽한 찬스마저 상대 블로킹에 막히면서 9-16으로 크게 뒤졌다.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블로킹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문성민의 공격으로만 대만을 상대하던 한국은 뒷심부족 현상까지 보이며 대회 7~8위전으로 추락했다.
한국은 8일 태국과 7~8위전을 치른다.
테헤란(이란)=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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