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화재 가빈(오른쪽)이 대한항공 김학민, 이영택, 황동일의 블로킹을 앞에 두고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4.8
역시나 가빈(삼성화재)과 몬타뇨(KGC인삼공사)였다. 챔피언결정전을 정복했다.
가빈은 대한항공과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48점, 2차전에서 38점을 기록했다. 2연승을 일구어낸 삼성화재는 1승만 더 추가하면 통합우승(정규리그 +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한다. 몬타뇨는 챔피언결정전 5경기에서 157점을 쏟아부었다. 특히 마지막 5차전에서는 혼자 40점을 기록하며 팀을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몬타뇨 자신도 챔피언결정전 MVP에 등극했다.
가빈과 몬타뇨 일변도의 '몰빵배구'라는 비판도 있다. 일부분 맞는 말이다. 이들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정규리그에서 팀공격의 30~40%를 책임졌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더하다. 가빈은 1차전 공격점유율이 68.91%, 2차전은 63.16%에 이른다. 몬타뇨 역시 5경기 평균 공격점유율이 54.96%로 상당히 높다. 3차전은 62.24%, 5차전은 60.16%에 이르렀다. 수치상 몰빵배구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현대건설과 인삼공사의 2011-2012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이 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인삼공사 몬타뇨가 현대건설 윤혜숙, 김수지의 블로킹 사이로 스파이크를 시도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4.05/
하지만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면도 많다. 강한 창이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단단한 방패도 만들어지는 법이다. 가빈과 몬타뇨라는 괴물 외국인 선수가 있기에 그들을 막기 위한 방법도 발전하고 있다.
바로 '서브'다. 이들이 국내에 오기 전 V-리그 서브는 '목적타'가 많았다. 외국인 선수들의 높이와 파워가 압도적인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내 선수들의 기량 만으로도 충분히 유효 블로킹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가빈과 몬타뇨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블로킹 위에서 스파이크를 내리꽂는다. 결국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이들에게 올라가는 토스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강하고 다양한 서브로 리시브를 흔드는 것을 선택했다. 올시즌 삼성화재, KGC인삼공사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인 대한항공과 도로공사가 팀 서브 1위를 차지한 것도 서브에 치중한 덕이다. 이제는 외국인 선수 뿐만 아니라 국내 선수들도 스파이크 서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삼성화재와 KGC인삼공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단순히 가빈과 몬타뇨를 위해 높이 올려주는 것으로는 더 이상 상대를 제압할 수 없었다. 이들의 점프력과 파워에 '스피드'를 덧붙여야 했다. 안정적인 리시브와 빠른 토스가 필요했다. 기본기 훈련에 매진하며 리시브와 토스를 갈고 닦았다. 기본기의 중요성이 V-리그에 다시 한번 부각됐다. 이제는 공격수라도 수비력을 갖추지 않으면 '반쪽짜리 선수'가 되는 풍토가 됐다. V-리그의 탄탄해진 기본기를 바탕으로 대표팀도 '스피드 배구' 시대를 열 수 있게 됐다,
결국 가빈, 몬타뇨의 등장으로 V-리그에 등장한 경쟁이 한국 배구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