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대표팀 차세대 거포 전광인 "팬들한테 사인 방법 배웠어요."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06-15 14:53


2011 배구월드리그에서 선전한 남자배구대표팀 차세대 유망주 성균관대 전광인 경기도 용인시 대한항공연수원 체육관 코트에서 대표팀과 함께 훈련에 임하고 있다. 배구대표팀 박기원 감독(오른쪽)과 전광인이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을 바로보고 있다.
용인=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최근 한국 남자배구계 최고 스타는 누굴까. 유럽에서 돌아와 거포본능을 뽐낸 문성민(25·현대캐피탈)도 아니다. 오는 9월 신치용 감독의 딸 신혜인씨와 결혼하는 박철우(26·삼성화재)도 아니다. 곱상한 외모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한선수(26·대한항공)도 아니다.

최근 가장 '핫'한 배구선수는 바로 전광인(20·성균관대)이다. 전광인은 2011년 IBK기업은행 월드리그에 나서 맹활약하고 있다. 쿠바와 프랑스, 이탈리아와의 6경기에서 100득점을 올렸다. 월드리그 전체 득점랭킹 3위에 올라있다. 전광인의 활약에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대표팀은 3승3패로 D조 2위에 올라있다. 박기원호의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전광인을 경기도 수원에서 만났다.

순진한 웃음이 인상적이었다. 약간은 어벙벙한 측면도 보였다. 막 소년티를 벗은 풋풋한 청년이었다. 훈련이 끝나면 학교로 달려가 기말고사를 치고 오는 평범한 대학교 2학년생이기도 했다. 숙소인 수원 캐슬호텔에서 학교까지 그리 멀지 않아 가능했다. 시험 공부와 대표팀 훈련을 병행해 조금은 피곤하다며 입을 삐죽대기도 했다.

성인대표팀은 첫 승선이었다. 대표팀에서의 모든 것이 새롭다. 사실 대표팀 승선 사실도 몰랐다. 소속팀인 성균관대 박종찬 감독을 통해 들었다. 전광인은 "소속팀 감독님(박종찬 감독)이 갑자기 '대표팀 한 번 가볼래'라고 물어보더라. 솔직히 좋았다. 하지만 동시에 부담스럽기도 했다. 머뭇거리니까 감독님이 '한 번 가봐라'라고 명령하더라. 그래서 대표팀에 오게 됐다"고 솔직히 말했다.

처음으로 승선한 대표팀은 말그대로 '별천지'였다. 여오현(33·삼성화재) 한선수 박준범(23·KEPCO45) 이선규(30·현대캐피탈) 등 쟁쟁한 스타 선수들이 모여있었다. TV에서만 보던 선배 선수들을 '형'이라고 부르자니 어색하면서도 뿌듯했다. 많은 '형'들 가운데서 가장 닮고싶은 선수는 여오현이다. 리베로로 포지션을 변경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팀을 위한 헌신과 정신력, 탁월한 수비 능력을 닮고싶단다. 전광인은 "레프트로 뛰다보니 수비에 대한 부담이 있다. (여)오현이 형에게 수비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목표로 두고있는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와도 일맥상통한다. "내가 아무리 공격을 하더라도 외국인 거포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까지 갖춘 만능 선수가 되고 싶다. 이번 대회에서 형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1 배구월드리그에서 선전한 남자배구대표팀 차세대 유망주 성균관대 전광인이 용인시 대한항공연수원 체육관 코트에서 대표팀과 함께 훈련에 임하고 있다. 배구대표팀 박기원 감독(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광인이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용인=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1.6.14
배움은 끝이 없었다. 특히 속도를 중시하는 박 감독의 주문을 따르려니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스파이크를 할 때 밟는 스텝에서부터 효과적인 블로킹방법까지 새로 배웠다. 대표팀 내에서 1달 반정도 있으면서 지난 12년간(초등학교 3학년때 입문) 배운 배구를 확 뜯어고쳤다. 전광인은 "12년동안은 그냥 운동만 했다. 대표팀에서 1달 반 있으면서 배구를 배우게 됐다. 여러가지 상황에서 생각하고 움직이는 법을 배우고 있다. 배구에 있어서 철이 조금씩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광인의 강점은 점프력과 스피드다. 1m93으로 배구 선수 치고는 그리 크지 않지만 서전트 점프가 90㎝에 달한다. 스피드도 좋다. 박 감독도 "전광인은 체공력이 좋아 선발했다. 대표팀에서 지내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앞으로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성적이 좋으니 팬들도 늘었다. 자신의 팬까페 회원수가 조만간 100명을 돌파한다며 좋아했다. 쿠바와의 2번째 경기가 끝난 뒤였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아이스박스를 들고 수원실내체육관을 나섰다. 수십명의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깜짝 놀란 전광인도 함께 소리를 질렀다. 최근이 되어서야 환호성이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부끄럽다면서 얼굴을 붉혔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하루는 한 팬이 사인을 요청했다. 평소대로 사인을 해주었다. 그런데 그 팬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갑자기 자신을 부르더니 자기가 시키는 대로하라고 했다. 우선 사인을 요청한 팬의 이름을 종이 위에 적었다. 그런 다음 사인을 하고 날짜를 기입했다. 이어 팬을 위해 '행복하세요'나 '좋은 날 되세요'같은 문장까지 써넣었다. 그 팬의 말대로 하고나니 그제서야 "이렇게 해야 제대로된 사인이다"며 만족했단다. 팬에게 사인하는 방법까지 배운 순수 청년이었다.

감동적인 일도 있었다. 11일 이탈리아전을 앞두고 전광인은 배앓이를 했다.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12일 경기가 끝나고 숙소로 향하는데 한 팬으로부터 종이 쪽지를 받았다. 1m나 되는 긴 종이에는 '몸조리 잘해서 빨리 회복하세요'부터 시작해 '배앓이에 좋은' 약과 음식들을 소개하는 등 감동어린 편지가 적혀 있었다. 전광인은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편지를 계속 반복해 읽었다.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기뻐했다. 물론 스포트라이트가 부담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담도 스타가 되기 위해 이겨내야하는 하나의 통과의례라고 생각했다. 전광인은 "부담감이 크다. 하지만 이겨내야할 것이다. 부담감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