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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아버지, 너무 늦어 죄송해요. 다시 만나면 많은 이야기 나눠요."
그러나 이런 김정남의 코멘트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이건 첫 종목 10m 공기권총에서의 결선행 실패를 설명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타국에서 부친상 소식을 들어야만 했고, 장례식에조차 갈 수 없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을 겪어야 했다.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들은 뒤에야 김정남의 뜻밖의 부진과 반등, 그리고 "마냥 기쁘지는 않다"는 수상 소감의 진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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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훈련에 집중하던 김정남은 패럴림픽 개막을 며칠 앞두고 한국으로부터 비보를 듣고 말았다. 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임종하셨다는 소식. 장남인 김정남이 마땅히 장례식의 상주(喪主) 역할을 해야 했지만, 도저히 한국에 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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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은 "동생에게 장례를 맡길 수밖에 없는데, 도무지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 때문에 10m 공기권총에서 사격을 시작한 후 가장 나쁜 성적이 나왔다.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정남은 가슴이 찢길 듯한 아픔을 애써 감추며 다시 패럴림픽 무대에 나섰다. 반드시 메달을 따내 하늘의 아버지에게 바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그를 위로하고 도와준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의미에서라도 메달을 따고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만든 금메달에 견줘도 손색없는 동메달이었다. 김정남은 "벅찬 감정이 들었다. 배 단장님께도 조금은 보답한 것 같다"며 "이제는 메달을 걸고 아버지께 인사드리러 갈 수 있게 됐다.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는 다시 또 만나게 될 테니까. 그때 자랑스러운 아들로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파리(프랑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