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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밀린 연금 9000만원? 해당부처가 알아서 하겠죠. 저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삶을 살겠습니다. "
전상균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 남자 역도 최중량급에서 합계 426kg을 들어올렸지만 '러시아 신성' 루슬란 알베고프에 밀려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당시 박종길 태릉선수촌장은 "상균이는 역도 비밀병기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꼭 메달을 따줄 것"이라고 귀띔했었다. 관중석에서 "균!" 함성을 외치며 기를 모았다. 인상 200㎏을 실패하고 4위에 머문 전상균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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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투혼의 역사는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이 됐다. 선수로 감독으로 일했던 조폐공사 역도팀이 해체되면서 직장인의 길을 걷게 됐다. 전상균은 역도계를 떠났지만 딸 전희수(17)가'부전여전' 아버지의 길을 잇고 있다. 여자고등부 76㎏급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등 걸출한 기량으로 기대를 모으는 유망주다.
동메달을 목에 건 전상균은 12년 전 그날을 떠올렸다. "박종길 촌장님하고 약속했던 부분도 있었고 저도 당연히 메달을 딸 거라고 생각했는데 복병인 러시아 선수가 나타나서 메달을 따지 못했었다"면서 "스포츠인으로서 정정당당하게 패배를 인정했는데 12년 만에 그 패배를 인정한 부분이 다시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 "당시 현장에서 누려야 될 기분과 감정인데 이곳에서 세리머니를 하다 보니까 그때보다는 덜하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 같아서 참 기쁘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역도는 '약물' 청정 국가지만 약을 투여하는 걸 당연시 생각하는 나라가 몇 군데 있었다. 그건 스포츠인으로서 운동선수로서 절대 해서는 안될 행동이다. 절대 있어선 안되는 일이고 반드시 근절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누구보다 역도를 사랑했던, 2년 전 꿈나무들을 키우던 중 세상을 떠난 '스승' 고 이형근 감독을 떠올렸다. "감독님이 메달을 다시 딴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기뻐하고 축하해주셨고 제일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분이다. 이 메달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영정에 메달을 들고 당장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감독님은 언제나 내 가슴에 계신 분"이라며 고인을 기렸다.
"동메달 소식이 전해진 후 12년 소급분에 대해서 질문을 진짜 많이 받았다. '그걸 줘야지 왜 안 주냐' 그러는데 그건 저한테 말할 게 아니고 해당 부처가 할 일이라 나도 모른다고 했다"며 답했다. "그냥 주는 대로 받겠다. 그 연금은 내 소관이 아니기고 아내가 노후자금으로 열심히 저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 돈이 아니다"라며 함께 온 아내를 바라봤다. 146개월치의 동메달 연금을 계산하면 대략 9000만원, 1억원 가까이 된다는 말에 전상균은 "작은 돈이 아니지만 뭐 안 된다고 하시는데 굳이 제가 거기다 대고 달라고 떼를 쓸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진짜 큰 돈이지만 그 돈 없이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올림픽 메달리스트다운 삶을 살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그는 연금보다 자신의 메달이 대한민국의 300번째 올림픽 메달에 기여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전했다. "오기전에 기사를 봤는데 우리나라 올림픽 300번째 메달이 나왔다고, 거기에 내 메달도 조금이나마 기여하게 된 것을 감사하고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상균은 '직장인'의 사회생활도 잊지 않았다. "저희 회사기를 들고 에펠탑 아래서 사진을 찍었다. 조폐공사 사장님부터 시작해서 파리 들어오기 전에 정말 임직원들에게 많은 축하를 받았다. 몸둘바를 모를 정도였다. 보답하는 마음으로 우리 사기를 들고 에펠탑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 자리를 빌어 저희 동료, 선후배, 직장 동료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