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996년생 이다빈은 아시안게임에서 2014년 인천 대회 62㎏급,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67㎏초과급 우승으로 2연패를 이뤘다.
2019년 맨체스터 세계선수권대회와 2016년 마닐라 아시아선수권대회 73㎏급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20대 중반에 벌써 그랜드슬램을 가시권에 둘 정도로 빠르게 경력을 쌓은 것이다.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에서만 금메달을 따면 태권도 4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상황이 된 게 2019년이다.
이후 첫 번째 기회였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부상이 이다빈을 괴롭혔다.
2021년에 치러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왼발 수술을 받은 그는 대회 직전까지 재활에 매진하다가 겨우 복귀해 세계적 강호들과 싸웠다. 그랜드슬램에는 실패했으나 귀중한 은메달을 따냈다.
지난해도 이다빈에게는 아쉬움이 컸던 시기다.
지난해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다빈은 예상보다 이른 16강에서 마리스텔라 스미라글리아(이탈리아)에게 라운드 점수 0-2로 완패했다.
당시 이다빈은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려 주변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해 9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부상 탓에 금메달을 앞에 두고 고개를 숙였다.
중국의 저우쩌치에게 라운드 점수 1-2로 패해 은메달을 딴 이다빈은 눈물을 힘들게 참으며 "왼발은 아예 발차기가 어려웠다.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조금 있다"고 말했다.
그랜드슬램을 향한 두 번째 무대인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둔 이다빈의 표정은 그때와 달랐다.
최근 주요 대회에서 연이어 느꼈던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모두 털어버린 듯했다.
25일(현지시간) 오후 샤를 드골 공항을 통해 파리에 도착한 후 연합뉴스와 만난 이다빈은 "(파리 올림픽이) 재미있을 것 같다. 설렌다"며 미소를 지었다.
밝은 얼굴로 몸 상태도 전혀 문제없다고 했다.
아픈 데가 없다는 이다빈은 "이제 여기 현지에서도 (한국에서와) 똑같이 고강도로 일주일 정도 훈련하고 선수촌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그때는 컨디션 조절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다빈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 67㎏초과급에 출전한다. 다음 달 10일 파리의 역사적 건축물인 그랑 팔레에서 실력을 발휘하려 한다.
이다빈을 가장 힘들게 할 상대로 꼽히는 프랑스의 알테아 로랭이다.
로랭은 프랑스 태권도계가 해당 체급 금메달을 기대할 정도로 기량이 뛰어나고, 최근 기세도 매섭다.
이다빈이 조기 탈락으로 눈물을 흘린 지난해 세계선수권의 우승자가 로랭이다.
지난달 기준 이 체급 올림픽 랭킹 1위도 로랭이었다. 그는 도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로랭과 승부를 예상하냐는 질문에 이다빈은 씩 웃었다.
그러면서 "그 선수와 경기를 많이 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몇 번 붙어봤고, 승률은 내가 더 좋았다"며 "(알테아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한 번 맞붙은 경험이 있다.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이다빈은 로랭과 승부에서 늘 웃었다.
지난해 12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준결승에서 로랭을 라운드 점수 2-0으로 격파한 이다빈은 기세를 올라 우승까지 이뤘다.
2022년 프랑스 파리 근교의 르발루아페레에서 열린 WT 그랑프리 시리즈 결승에서도 이다빈은 로랭을 만났다.
당시 이다빈은 홈 관중의 일방적 응원을 등에 업은 로랭을 라운드 점수 2-1로 누르고 정상에 섰다.
2년 만에 다시 파리를 찾은 이다빈은 "그랑프리 시리즈로 파리에 온 적이 있는데, 그때와 똑같은 공항에 오는데도 사람도 많고 이제 올림픽인 게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pual0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