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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절대 포기하면 안돼요" '서울림'사대부고 아이들,장애학생체전 플로어볼 서울대표 1승 도전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3-05-22 17:00 | 최종수정 2023-05-23 08:27


"절대 포기하면 안돼요" '서울림'사대부고 아이들,장애학생체전 플로어볼 …
18일 울산 온산문화체육센터에서 펼쳐진 울산전국장애학생체전 플로어볼 서울-전북전에서 '서울 대표' 서울사대부고 골키퍼 박태현과 수비수들이 전북의 프리히트를 온몸으로 막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장애인체육회

"절대 포기하면 안돼요" '서울림'사대부고 아이들,장애학생체전 플로어볼 …
서울 대표로 울산전국장애학생체전에 출전한 서울사대부고 플로어볼 팀. 왼쪽부터 임장균 교사, 윤경노, 박태현, 홍준기, 김예나, 이동영 교사.  사진제공=서울시장애인체육회

지난 18일 울산 울주군 온산문화체육센터에서 펼쳐진 울산전국장애학생체전 플로어볼 현장,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시 대표로 나선 서울사대부고 아이들, 지난해 11월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서울시교육청, 스포츠조선이 주최한 '장애-비장애학생 모두의 운동회' 서울림운동회에 참가한 바로 그 학생들이었다.

서울사대부고는 '체육 전공' 임장균 특수교사(감독)의 지도로 2017년부터 이 대회에 쭉 출전해왔다. 임 교사가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고자 플로어볼 지도자 자격증을 땄고, 통합학급 장애학생들로 팀을 꾸렸다. 플로어볼 팀이 없었던 서울시장애인체육회의 제안으로 서울시 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이번 대회엔 (백)승민, (홍)준기, (윤)경노, (박)범철, (박)태현, (김)예나가 대표로 나섰다. 서울사대부고의 지난 7년간 역대 최고 성적은 1무. 아직 승리가 없다. 매 대회 목표는 1승이다.


"절대 포기하면 안돼요" '서울림'사대부고 아이들,장애학생체전 플로어볼 …
서울사대부고 플로어볼 서울시대표팀 윤경노, 박태현, 홍준기, 김예나. 사진제공=서울시장애인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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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서울시장애인체육회
성적과 무관하게 임 교사와 아이들이 이 대회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확고하다. 임 교사는 "우리 아이들이 전국 대회 무대를 밟을 기회가 없다. 서울시 대표로 전국 대회에 나간다는 건 이 아이들에게 엄청난 자부심"이라고 답했다. "특히 비장애인학교 통합학급 아이들은 이런 대회에 나올 기회가 없다. 2박3일간 이 대회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에겐 엄청난 경험이 된다"고 강조했다. "매년 질 때마다 후회는 한다. 지고 속상해 하는 아이들을 보면 나도 속상하다. 그런데 매년 5월 서울시장애인체육회에서 체전 참가요청을 하면 다 잊고 다함께 즐겁게 출전한다"며 웃었다

서울사대부고는 전통의 럭비 명가. 럭비부가 전국 대회에 나갈 때면 교문에서 교장 선생님과 전교생들이 출정식으로 응원하는 전통이 있다. 전국장애학생체전을 앞두고 플로어볼 대표팀도 서울시 대표 유니폼을 갖춰 입고 교문에 선 채 이화성 교장과 학생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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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플로어볼 감독 임장균 교사가 공격, 수비 모두 뛰어난 홍준기에게 팀을 위해 수비로 뛰어줄 수 있겠냐고 제안하는 모습. 사진제공=서울시장애인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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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욕 때문에 자꾸만 눈물이 났지만, 꾹 참고 공수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한 홍준기(오른쪽)는 전북전 MVP로 선정됐다. 사진제공=서울시장애인체육회
지난 가을부터 일주일에 2번, 대회 한 달전부터는 날마다 손발을 맞추며 야심찬 각오로 출전했건만, 올해도 목표했던 1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경북, 경남에 각각 1대6으로 졌고, 경기에 0대21, 전북에 0대12로 패했다. 하지만 서울사대부고 아이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탁월한 피지컬을 지닌 주장 (박)범철이는 수비에서 맹활약했다. 팔뚝의 완장을 가리키며 "저 경남전 때 MVP 탔어요"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상대공격이 쇄도할 때면 임 교사는 어김없이 "범철아!"를 외쳤다. 범철이는 두려움 없이 온몸으로 상대를 막아섰고 넘어질 때마다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는 투혼을 보여줬다. 범철이는 "무조건 정면승부해야 돼요. 뒤로 물러서면 절대 안돼요. 포기하면 안돼요"라고 했다.

'날쌘돌이' (홍)준기는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공격수로 나설 때면 신이 났다. 계속 공격수로 뛰고 싶지만 팀 전술상 수비를 해야 하는 상황, 연속골을 내준 후 승부욕 때문에 울기도 했지만 코트에 들어서면 이내 눈빛이 달라졌다. 전북전 MVP 수상 후 엷은 미소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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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플로어볼 골키퍼 박태현. 사진제공=서울시장애인체육회
골키퍼 (박)태현이는 자타공인 에이스였다. 무릎이 다 까지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됐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몸을 던지며 골키퍼의 본분을 다했다. "공을 막는 걸 배웠어요. 어떻게 하면 잘 막을 수 있는지, 골대에 딱 붙어 있는 걸 배웠어요"라고 했다. "경기도 선수가 엄청 세게 쏜 슈팅을 막았을 때 뿌듯했어요. 친구들과 대회에 나와서 경북, 경기도 친구도 사귀었어요. 너무 재밌어서 꿈에 나올 것같아요"라고 말했다. "끝까지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았어요. 친구들이 힘든 데도 다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덧붙였다. "1승을 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내년에 더 잘하면 되니까요"라며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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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의 힘을 다해 수비하는 서울사대부고 홍일점 에이스 김예나. 사진제공=서울시장애인체육회
임 교사는 플로어볼같은 팀 스포츠가 장애학생들에게 좋은 이유를 설파했다. "팀 스포츠는 사회성을 길러준다. 아이들이 단체생활에 익숙치 않고 보호자들도 아이들을 정해진 틀 안에서만 머물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팀 스포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고, 순간순간 닥치는 상황을 알아서 판단하고 선택하고,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3 졸업 후 사업체에 취업해 일할 때도 언제까지 계속 시키는 일만 할 순 없다. 스스로 찾아 해야 한다. 이런 경기를 통해 세상을 배운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법을 배우고, 다치기도 하고, 혼나기도 하면서 더 강해진다. 공을 뺏기면 뒤에 친구를 믿고, 친구가 공을 뺏기면 달려가 도와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겐 정말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내년 서울사대부고를 떠나는 임 교사에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체전, 아이들을 향한 메시지는 뭉클했다. "간절한 1승을 안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선생님을 믿고 최선을 다해 뛰어줘서 고맙다. 2박3일간 처음으로 집을 떠나 하고 싶은 걸 다해봤다. 그동안 장애를 이유로 억압받고 살아온 우리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자신 있게 달렸던 오늘 기억이 오래 남길 바란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누가 뭐라 하든, 절대 기죽지 말고 자신의 장점을 찾고, 본인만의 것을 만들어서 자신 있게 씩씩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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