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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밤 9시, 초겨울 야심한 시각 서울 대학로 한 빌딩의 지하 스튜디오는 대낮처럼 환했다. 뜨거운 비트의 음악 속에 청춘의 열기가 넘쳐났다. 에너지 넘치는 힙합댄스 전사들이 일사불란, 파워풀한 몸놀림으로 쉴새없이 합을 맞췄다. "청소년 스포츠한마당 대회에 출품할 영상을 촬영중"이라고 했다.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이 어울려 함께 즐기고 배우는 '청소년 한마당' 대회 취지에 맞게 2회 이상 전국 대회 출전 경험이 있는 학생선수와 '동호인' '스포츠클럽'에서 힙합댄스를 즐겨온 일반학생 3~5명이 한 팀을 짰다. 대회 제출 영상을 찍기 위해 스튜디오를 찾은 초등부 '미니가드', 중등부 '레트로걸즈', 고등부 'J2K', 'M.S.Y' 등 4개 팀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위해 구슬땀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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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가팀 중 유일한 남녀 혼성팀 M.S.Y가 단연 눈에 띄었다. '선수' 이예훈(16·경신고), '비선수' 김민하(16·신봉고) 권성원(17·안국고)으로 구성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힙합을 시작한 이예훈은 중학교 3학년 때인 지난해 세계힙합댄스챔피언십에 막내로 출전해 4강에 오른 경험이 있는 '실력파' 댄서다. 학원에서 우연히 만난 김민하 권성원과 대회 소식을 듣고 팀을 전격 결성했다. 각자 이름의 영문 이니셜을 딴 'M.S.Y'를 팀명으로 정하고 두달 넘게 열띤 훈련에 몰입했다. 이예훈의 파워풀한 동작과 눈부신 기술 사이사이 김민하 권성원의 부드럽고 자신감 넘치는 댄스가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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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참가 열기는 뜨거웠다. 초등학교 37개 팀, 중학교 23개 팀, 고등학교 31개 팀 등 총 91개 팀, 350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코로나 시대, 학교체육이 가야할 길을 제시한 모범적인 대회였다.
하민수 대한에어로빅힙합협회 사무처장은 "올해 코로나로 인해 청소년들이 마음놓고 활동하고 운동할 공간이 사라졌다.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연습해온 힙합 동아리 학생들과 선수들이 마음껏 실력을 뽐낼 무대를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대회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 146개국 11~17세 남녀학생의 신체활동량 통계에서 한국은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특히 운동이 부족한 여학생 비율은 무려 97.2%로 146개국 중 가장 높았다. 힙합댄스는 운동을 기피하는 여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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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인 11월 1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스튜디오엔 18명의 공인 심판들이 집결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출전학생, 관객들과 함께 영상을 지켜보며 실시간으로 공정한 심사를 진행했다. 허지성 대한힙합연맹 회장은 심사기준을 묻는 질문에 "스킬과 퍼포먼스에 주심의 감점 사항을 뺀 것이 최종점수다. 스킬은 힙합댄스의 다양한 장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잘 표현했는지, 퍼포먼스는 창의력, 무대 사용, 공간 활용 등을 채점한다"고 밝혔다.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충분한 연습도 할 수 없는 코로나 시대, 학생들의 실력은 예년과 비교해 어땠을까. 허 회장은 의외의 답을 내놨다. "현실적 제약이 많기 때문에 연습시간과 대회 참가 자체가 소중하고 감사한 시대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더 열심히 준비한 것 같다. 그런 절실함 때문인지 좋은 무대가 정말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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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리스트엔 그날 밤 마지막까지 최고의 퍼포먼스를 위해 열정을 하얗게 불태웠던 '레트로걸즈'와 '미니가드'의 이름도 있었다. 땀은 헛되지 않았다. 영광의 '글로리상', 하나된 '유니티상'을 수상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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