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아버지께서 '자랑스럽다'고 해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이다현은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지난 2년 동안 슬럼프였거든요. 사실 '올해 열심히, 최선을 다 한 뒤에도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그만둬야 겠다'는 마음으로 했어요. '패하더라도 준비한 것을 다 펼쳐보이자'는 마음으로 했죠. 그게 잘 된 것 같아요"라고 돌아봤다.
이다현에게 씨름은 운명이자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씨름선수 출신 아버지 밑에서 씨름을 보고 자랐다. 아버지 이대우씨(현 부산광명고 체육 교사)는 1980년대 한라급 스타다. 그렇다고 어렸을 때부터 조기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그냥 운동과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평범한 학생이었다.
행복한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다현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1년 간 백수였어요. 그냥 생활체육에서 뛰었는데, 생활체육은 동호회와 비슷한 분위기거든요. 실업팀 구례군청에 가기 전까지 혼자 운동했어요. 그러다 구례군청에 입단했는데, 그때부터는 밥 먹고 운동만 한거죠"라며 웃었다.
'직업' 씨름인이 된 이다현. 하지만 넘어야 할 벽은 높고도 험했다. '최강자' 임수정(콜핑)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동갑라이벌' 최희화(안산시청)는 좌절감만 줬다.
이다현은 "(임)수정 언니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어요. 언니를 처음 꺾기까지 5년이 걸렸거든요. 직전 천하장사에도 정말 힘들게 승리했어요. 경기장에서 가장 두렵고, 어려운 선수에요. (최)희화에게는 1~2년 동안 계속 패했어요. 그 스타일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니 자신감이 계속 떨어지더라고요. 제대로 한 번 이겨야 이긴 것 같을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전관왕을 차지하고서도 아직 우승에 목마른 이다현. 그는 "여자 씨름 최초의 전관왕이라고 해서 정말 기쁘고 영광스러워요. 아버지께서 '눈물이 나려고 한다. 자랑스럽다'고 해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하지만 앞으로 유지하려면 더 힘들겠죠. 뭔가 '공공의 적'이 되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거에요. 부상 없이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죠"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