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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도쿄패럴림픽 가셔야죠..." '휠체어농구 레전드' 한사현 국가대표팀 감독 26일 별세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9-26 14:56 | 최종수정 2020-10-03 11:09



'대한민국 휠체어농구 레전드' 한사현 휠체어농구대표팀 감독(서울시청 감독)이 간암 투병 끝에 26일 오전 10시 세상을 떠났다. 향년 52세.

고 한사현 감독은 대한민국 휠체어농구의 태동과 이후 눈부신 성장을 이끈 장애인 스포츠 1세대다. 6세 때 소아마비를 앓은 한 감독은 1984년 16세 때 정립회관에서 처음 접한 휠체어농구에 매료된 이후 평생을 휠체어농구 선수, 지도자로 헌신했다.


1991~2002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1998년 방콕아태장애인경기대회에서 금메달, 2002년 부산아태장애인경기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에서 휠체어농구 사상 첫 본선행 역사를 썼다. 오랜 선수 경험을 토대로 2008년 국가대표 감독에 선임된 직후 2010년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동메달,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 2018년 자카르타장애인아시안게임 동메달을 이끌었다. 2014년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에선 첫 8강, 세계 6위라는 사상 최고의 성적도 일궜다. 장애인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대한민국체육상 극복상을 수상했다.

한 감독은 탁월한 실력, 따뜻한 인성, 소통의 리더십으로 후배선수, 장애인체육인들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다. 공부하는 지도자, 장애인체육의 대변인으로서 수많은 후배, 제자를 양성하고, 장애인체육이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차분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후배들을 위한 또렷한 목소리를 내왔다.



2019년 간암 발병 후에도 휠체어농구를 향한 현장에서의 도전과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2019년 국제휠체어농구협회 아시아-오세아니아챔피언십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 이후 무려 20년만에 도쿄패럴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2010년 창단된 서울시청 휠체어농구팀 감독으로서 지난해 12월 KWBL 휠체어농구리그에서 눈부신 투혼으로 제주특별자치도의 5연패를 저지, 서울시청의 우승을 이끌었고 최우수지도자상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도쿄패럴림픽이 1년 연기된 상황에서도 한 감독은 굴하지 않았다. 투병중인 지난 4월 코카콜라체육대상 우수상 수상을 위해 만난 고 한 감독은 "도쿄패럴림픽에 20년만에 도전하게 됐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성장했고, 평창패럴림픽 이후 한국 장애인체육의 세계적 위상도 많이 올라갔다. 최소 4강 이상, 메달권이 목표"라고 했었다. "국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는 경기를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세계 무대에 아시아 농구의 저력을 보여주고 싶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했다. 한국형 휠체어농구로 도쿄에서 일본을 다시 한 번 꺾는 드라마를 쓰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8월 이후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그토록 꿈꾸던 도쿄패럴림픽 현장을 끝내 밟지 못하게 됐다. '선수로, 감독으로' 첫 패럴림픽 도전의 역사를 눈앞에 두고 아쉽게 생을 마감했다. 한 감독의 비보를 접한 휠체어농구 선후배, 장애인체육인들이 깊은 슬픔에 휩싸였다.

1984년 정립회관 교사 시절 한 감독과 첫 사제의 연을 맺은 전혜자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총장은 "한 감독은 우리나라에 휠체어농구 태동을 이끈 초창기 멤버이자 선수, 지도자의 길을 열어간 '레전드'다. 선수 시절 키가 작은 핸디캡을 극복하고, 가드로서 다람쥐처럼 영리하고 성실한 플레이를 펼치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도자로서도 탁월한 인성과 실력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았다. 내년 도쿄패럴림픽 출전을 열망했는데 너무 황망하다. 장애인체육이 큰 인재를 잃었다"며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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