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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AI 한돌에 3국 불계패…인간의 투혼 남기고 전설이 떠났다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9-12-21 17:23


◇한돌과의 3국을 끝으로 바둑계를 떠난 이세돌 9단.

인간의 투혼을 불사르고 '풍운아' 이세돌은 떠났다.

21일 전남 신안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린 '2019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의 마지막 3국은 이세돌 9단의 흑 불계패로 마무리됐다.

인공지능의 벽은 넘지 못했지만 "3국에서는 승패를 떠나 이세돌다운 바둑을 두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자신의 바둑 철학을 상징하는 치밀한 수읽기에 바탕을 둔 공격적이고 화끈한 바둑으로 바둑인생의 대미를 장식했다.

덤 7집반에 2점 접바둑으로 열린 3국에서 이세돌 9단은 초반부터 공격적인 포석으로 NHN의 토종 AI 한돌을 압박했다. 하지만 의욕이 지나쳤을까. 좌하귀에서 거의 죽은 돌을 살리려다가 오히려 자신의 흑 대마가 몰살당할 위기에 처했다. 일찌감치 대국이 종료될 수도 있었던 위기 상황. 하지만 이세돌은 1선에 치중한 뒤 백 두점에 붙이는 기막힌 묘수를 발견해 흑돌을 살려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끈질긴 수읽기로 세계 바둑계를 호령해온 이세돌다웠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으나 이후에는 AI 한돌의 '무결점 행마'가 위력을 발휘했다. 1국에서 바둑의 기본 룰인 장문과 축을 이해못하는 착각을 범했던 한돌은 이날은 여유가 있었다.

이세돌은 승세가 기울자 좌하귀에서 시작된 한돌의 대마를 공격하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최후까지 끈질기게 인공지능을 압박하며 최선을 다했으나 180수만에 돌을 던지고 말았다.

12세이던 1995년 프로에 입단해 25년간 세계 바둑계를 호령해온 이세돌은 최고의 기량과 톡톡 튀는 입담과 행동으로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2014년 필생의 라이벌인 중국 구리 9단과의 10번기를 펼쳤고, 2016년에는 인공지능 구글 알파고와 5차례 대국을 펼쳐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4국에서 '신의 한수'인 백 78수를 작렬해 알파고를 이긴 유일한 인간으로 남았다. 유례없는 토종 AI와의 은퇴기념대국으로 마지막 불꽃을 사른 이세돌의 이후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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