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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단이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한국이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종합 2위에 오른 것은 2002년 부산 대회,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세 번째다. 국외에서 열린 대회에서 종합 2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효자종목은 볼링 탁구 사이클 론볼 유도
탁구도 금 9, 은 10, 동 6개를 수확해 한국의 종합 2위 달성에 큰 힘을 보탰다. 유도(금 7·은 3·동4), 사이클(금 7·은 2·동 1), 론볼(금 7·은 1·동 1)도 나란히 금메달 7개씩을 따냈다.
'철녀' 이도연(46·전북)은 핸드사이클 여자 도로독주, 로드레이스(스포츠등급 H2-4)에서 금메달을 수확해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2관왕, 2연패에 성공했다.
장애인 체육의 또 다른 스타 전민재(41·전북장애인체육회)는 여자 100m, 200m(스포츠등급 T36)에서 모두 2연패에 성공하며 2관왕에 올랐다. 한국 장애인 탁구의 간판 김영건(34·광주장애인체육회)은 단식과 단체전(스포츠등급 TT4-5)에서 모두 금메달을 수확해 나란히 2연속 2관왕에 올랐다. 볼링의 김정훈(43·경기도장애인체육회)은 혼성 개인전(스포츠등급 B1)에서 3연패의 금자탑을 세웠다.
기초종목 육상 수영, 구기종목 부진 '과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지만 여전히 기초종목인 육상, 수영과 구기종목에서의 부진은 숙제로 남았다. 육상 100m, 200m에서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한 전민재(41·전북장애인체육회)를 제외하고는 금메달을 딴 선수가 없었다. 다수의 금메달을 기대했던 수영에서도 남자 자유형 400m(스포츠등급 S9)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권현(27·부산장애인체육회)의 금메달이 유일했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휠체어농구는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에 만족해야했다. 조별리그 4경기에서 3승 1패를 거두고 4강에 오른 한국은 이란에 50-87로 패배해 3·4위 결정전으로 밀렸고, 중국에 79-51로 이겨 동메달을 땄다.
남자 골볼은 조별리그에서 2승 1패를 기록해 A조 2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 이란에 8-10으로 진 골볼은 3·4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8-3으로 이겨 동메달을 차지했다. 좌식배구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3전 전패를 당해 7·8위 결정전으로 밀렸고, 인도네시아에 승리를 거둬 최종 7위에 올랐다.
중국이 금 172, 은 88, 동 59개로 종합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메달이 많이 걸린 기초종목이 큰 몫을 했다. 육상, 수영에서 각각 56개, 39개의 금메달을 쓸어담았다. 한국에 밀리기는 했으나 종합 3위 이란도 육상에서 무려 27개의 금메달을 수집했고, 종합 4위 일본도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종목이 수영(23개), 육상(13개) 순서였다.
정진완 총감독(이천훈련원장)은 12일 자카르타 술탄 호텔에서 가진 대회 결산 좌담회에서 "전체적인 메달 수는 2010년 광저우 대회, 2014년 인천 대회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동메달이 줄고 금메달이 많아졌다. 과거에 금메달이 적고 은, 동메달이 많았는데 거꾸로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장애인아시안게임부터 패럴림픽에만 적용되던 연금 포인트가 적용되기 시작한 것도 동기부여가 됐을 것 같다. 전부는 아니지만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총감독은 "이란이나 우즈베키스탄, 일본은 기초종목인 육상과 수영에서 많은 메달이 나왔다. 이란, 일본은 체계적으로 기초종목을 준비했다"며 "이란은 그 성과가 이번에 나타났다. 일본은 선수층이 두터운데 기초종목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전했다. "선수층은 얇지만 우리도 장기적으로 수영과 육상 종목에 맞는 선수를 발굴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감독은 "구기종목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약진 준비를 해야한다. 앞으로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숙제다. 선수들이 잘해줬지만 짐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전민식 선수단장은 "한국 선수단이 올해 여름 무더위 속에서 훈련을 했다. 현지보다 악조건 속에서 훈련해 견뎌냈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한 것 같다"며 "지옥 훈련을 이겨낸 선수들의 역량, 능력있는 지도자가 뒷받침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선수 출신 최초의 장애인체육회 수장으로서 이천훈련원장을 역임했던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이천훈련원이 처음 생겼을 때 성적이 좋지 못했다. 곧바로 성적이 나오겠냐는 이야기를 했었다"며 "이천훈련원이 곧 10년이 된다. 이천훈련원이 세계적인 시설이고, 훈련원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상 첫 남북단일팀 은1-동1 합작
이번 대회는 남북이 처음으로 손을 잡은 장애인 국제종합대회라 의미가 더했다. 남북은 장애인 체육 사상 최초로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고, 수영과 탁구에서 단일팀을 구성했다.
남북은 수영 남자 계영 400m 34P, 남자 혼계영 400m 34P와 탁구 남자 단체전(스포츠등급 TT6-7)에서 단일팀을 꾸렸다. '코리아'로 출전한 남북 단일팀은 탁구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수영 남자 계영 400m 34P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명호 회장은 "처음으로 북측과 교류를 했고, 앞으로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다고 북측과 이야기를 나눴다. 지원, 후원 개념이 아니라 교류라는 차원으로 하면서 기술적인 것을 전달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측에도 장애인이 많다고 하는데 북측 김문철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위원장과 내년부터라도 남북이 오가면서 교류하자는 이야기를 했다"며 "UN 대북제재가 있어 지원을 하지는 못한다. 같이 훈련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교류해야 한다.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이날 오후 1시(한국시각) 자카르타선수촌에서 선수단 해단식을 갖고 인도네시아장애인아시안게임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이명호 회장은 "이번 대회 결과는 선수단의 노력과 집념으로 이루어낸 승리였다. 대한민국 선수단이 자랑스럽다. 그동안 국민여러분과 현지교민들이 보여준 사랑과 응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4년 후 열릴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더욱 향상된 기량으로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전민식 단장은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감동의 드라마는 피땀 흘린 노력의 성과라는 것을 대한민국 그리고 아시아의 모든 사람들이 알 것이다. 영원히 잊지 못할 행복을 만들어준 대한민국 선수단과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