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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는 마음과 마음을 잇는 힘이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마음을 나눈 남북은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재회했다. '냉전의 땅'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도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된 남북 화합의 분위기를 이어갈 체육 교류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평화의 길을 여는 스포츠의 힘, 남북 정상의 공감대는 일치했다. 판문점선언 1조 4항에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하여 민족의 슬기와 재능, 단합된 모습을 전세계에 과시하기로 하였다'라고 명시했다. 문 대통령이 경평 축구 부활을 제안하자 '농구 마니아' 김정은 위원장은 "축구보다 농구부터 하자"며 '통일농구'를 제안했다.
6월 18일 오전 10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체육회담은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이번에도 남북은 '체육인의 자부심'으로 통했다. 북측 단장으로 참석한 원길우 북한 체육성부상이 입을 열었다. "판문점선언 후 여러 부문별 회담중에서 우리 체육회담을 가장 먼저 시작한 데 대해 참으로 뜻이 깊다고 생각한다." 남측 수석대표 전충렬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화답했다. "체육이 남북 화해의 물꼬를 텄다. 앞으로도 우리가 길잡이 역할을 하자."
문재인 정부의 체육정책, '스포츠비전2030'의 모토는 '사람을 위한 스포츠, 건강한 삶의 행복'이다. 스포츠 비전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체육의 가치 회복, 체육인들의 상처 치유를 염두에 뒀다. 최순실 국정농단 이후 체육계는 사분오열 갈라졌다. 4대악의 온상, 적폐세력으로 치부되며 자존감도 위상도 바닥을 쳤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4월 '대한민국 체육인대회'를 찾아 "국정농단의 출발은 체육 농단이었다. 체육계를 비리집단, 불공정 세력으로 매도하고 탄압했다. 국정 농단으로 누구보다 체육인들의 마음이 아팠다. 제가 공정성을 다시 세우고 체육인들의 자존심을 되찾아드리겠다"고 약속했었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았다. 평창을 통해 스포츠의 가치를 몸소 체감한 정부는 체육을 통한 지속적인 평화의 길을 고민하고 있다. 판문점선언을 통해 체육의 가치를 인정하고, 가장 우선적으로 체육회담을 추진했다. 남북체육회담 직후 단일팀을 논의한 종목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단일팀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대한 논의는 오갔지만,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종목단체와 선수들의 의견을 취합한 후 결정할 것"이라며 선수와 체육인들의 의사를 무엇보다 우선시할 뜻을 분명히 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취임1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지난 1년간 가장 빛나는 성과로 '스포츠'를 언급했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 교류의 문이 열리고,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등 문화와 체육이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스포츠의 힘은 강력하다. 함께 땀 흘리며 하나 된 우정은 언제나 옳다. 남북 평화의 마중물이 된 대한민국 체육인들이 모처럼 어깨를 활짝 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