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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코리아!'
수년간 아시안 르망 시리즈 출전하며 기량을 쌓은 김택성(41)은 한국 드라이버로서는 최초로 오는 6월 16~17일 프랑스 르망에서 열리는 내구레이스 대회 '르망24'에 출전한다. 르망24 레이스는 지난 1923년 시작된 전세계 최고의 내구레이스로, 세계 최고의 드라이버와 엔지니어, 타이어, 자동차 기술력의 총 집약체이기에 레이서들이나 팀들에겐 꿈의 무대로 꼽힌다. 90여년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민 김택성은 포르투갈 알가르브 레이싱팀 소속으로, 상위 두번째 클래스인 LMP2(르망 프로토 타입2)를 몰 예정이다. 올해의 경우 F1(포뮬러 원)에서 2차례의 드라이버 챔피언에 올랐고 여전히 F1에서 활약하고 있는 페르난도 알론소(37·맥라렌 르노)가 최상위 클래스인 LMP1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라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가르브는 김택성과 함께 마크 패터슨(미국), 에이트 데 용(네덜란드) 등 3명의 드라이버로 구성돼 있으며,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팀으로 지난해 아시안 르망 시리즈 챔피언에 오르며 이번에 르망24 출전권을 따냈다.
지난 2011년부터 다수의 국제 대회에 출전하며 해외 무대를 개척한 김택성은 지난 2016~2017 아시안 르망 시리즈에서 드라이버 종합 순위 상위 5명 안에 올라서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김택성은 올 시즌부터 유러피안 르망 시리즈에서 풀타임으로 뛸 예정이기도 하다. 유러피안 르망 시리즈는 오는 15일 개막해 10월까지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영국, 벨기에, 포르투갈 등 6개국에서 6번의 라운드로 펼쳐질 예정이다. 김택성은 "많은 준비를 했기에 자신이 있으면서도 한국인 첫 도전이기에 설레이기도 하다"며 "르망 시리즈는 50대 드라이버도 있을 정도로 체력 관리가 관건이다. 첫 도전이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고, 향후 최상위인 LMP1도 탈 수 있도록 계속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메르세데스 벤츠 AMG GT를 기반으로 하는 튜닝카로 출전한다. 6번의 레이스 12라운드를 통해 최종 왕중왕을 뽑는 방식이며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태국, 일본, 중국을 순회한다. 두 선수는 카트부터 차근차근 기량을 닦으며 모터스포츠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데, 서주원은 F1 코리아 그랑프리 홍보대사를 역임했고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돌 수준의 인기를 모았으며 최명길은 어릴적 네덜란드에 입양된 이후 성인이 돼 다시 고국을 찾아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서주원과 최명길은 아시아 대회 출전을 기반으로 글로벌 무대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한국계 영국인 드라이버로 유명한 잭 에이큰(22·한국명 한세용)은 올 시즌을 앞두고 르노 F1팀의 테스트(리저브) 드라이버로 이름을 올렸다. 니코 훌켄버그와 카를로스 사인츠가 메인 드라이버로 뛰고 있는데, 만약 두 선수 가운데 공백이 생긴다면 에이큰이 그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역대로 한국인은 물론 한국계 드라이버 가운데서도 세계 최고의 레이싱 대회인 F1에 나선 적이 없기 때문에, 역사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
이제 20대 초반에 불과한 에이큰은 한국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한국에 대한 애착으로 경주차와 헬맷에 태극무늬 디자인을 넣고 서킷을 달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신의 공식 국적도 반드시 영국과 한국을 함께 표기할 정도다. 역시 카트로 다져진 실력을 바탕으로 지난 2012년부터 포뮬러 대회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해 GP3에 풀타임으로 출전, 종합 2위를 거두기도 했다. 올 시즌은 르노 F1팀의 리저브 드라이버 겸 F2(F1의 바로 아래 단계 클래스)에서 ART 그랑프리팀 소속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지난 2015년 한국을 방문했던 에이큰은 "F1은 꿈의 무대이지만 한국인 최초로 차근차근 밟아나가며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는데,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으며 일찌감치 F1 무대를 밟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