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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토리]눈부신 봄날, 평창 '눈꽃요정'들을 다시 만났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4-02 05:30


평창올림픽 개회식 남북단일팀 '코리아'의 피켓을 들고 입장한 '승무원 지망생' 박나연씨와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벨기에, 이란, 몽골 피켓요원으로 활약한 '배우지망생' 임민소씨가 30일 주한외교대사부인협회(ASAS)에서 수여한 감사증을 들고 봄꽃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의 '눈꽃요정'들이 '봄꽃요정'으로 재회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에메랄드홀에서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전세계 선수단을 이끈 피켓요원들의 '눈꽃 의상' 전시회와 함께 이들에 대한 감사 행사가 열렸다.

평창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한 달, 평창의 눈부신 추억을 공유하고 감사하는 자리는 아름다웠다. 이날 행사는 호주뉴질랜드친선협회(ANZA)와 주한외교대사부인협회(ASAS)에서 기획, 주관했다. 한달에 한번 모이는 오찬 모임에서 금기숙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평창동계올림픽 의상감독)가 평창 개회식에서 선보인 아름다운 의상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추억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각국의 피켓 기수로 나선 '눈꽃요정'들에게 감사를 표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밤새 평창 눈꽃의상 전시 무대를 준비한 주한대사부인협회 조앤리 호주대사 부인 등과 금기숙 교수.

조앤 리 주한호주 대사 부인.


'스포츠 마니아' 제임스 최 주한호주대사 부인인 조앤 리씨가 행동에 나섰다. 금 교수에게 전시회에 대한 의견을 구하자, 올림픽에 사용된 모든 의상의 소유권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에리사시니어탁구대회 시범경기로 인연을 맺은 유승민 IOC위원에게 행사 취지를 설명하며 도움을 청했다. 김대현 평창조직위 문화행사국장이 적극 지원에 나섰다. 평창에서 '눈꽃요정'들의 눈부신 의상이 신라호텔 영빈관으로 공수됐다. 15개국 대사부인들은 밤새 무대를 직접 꾸몄다. 무대 정면에는 그날의 '눈꽃 의상'이 전시됐다. 무대 측면에선 개회식 '눈꽃요정' 피켓걸들의 활약상을 담은 아름다운 영상이 리플레이됐다.


금기숙 평창올림픽 의상 감독과 그녀의 필생의 작품, 개회식 눈꽃 드레스.


평창올림픽 '눈꽃 의상'은 금 교수가 지난 20여년 간 심혈을 기울여온 '혼신'의 작품이다. 한땀한땀 비즈와 리본을 철사로 이어 영롱한 눈과 얼음으로 표현해낸 이 의상에는 한국의 미와 평생을 바친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복의 변형쯤을 기대했던 세상 모든 이의 상상을 뛰어넘는 의상이었다. 호주 개회식 TV중계 해설자는 "오마이갓! 저 드레스 좀 봐!(Oh my god! Look at that!)"라며 감탄사를 토해냈다. 금 교수는 "다른 나라는 절대 따라하지 못하는 것, 한국적인 것,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총 91개국의 입장을 앞두고 30명의 피켓요원들이 각 3개국을 담당했다. 금 교수는 30명 모두의 개성이 빛나기를 원했다. 무려 30개의 제각각 다른 '맞춤형' 디자인을 만들었다. "나는 선생이다. 이 작업에 함께한 아이들 모두의 꿈이 중요했다"고 했다. "처음엔 모두 '코리아''그리스'를 들고 싶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뽑는다는 것 자체가 모욕이었다. 30명의 아이들이 모두 제각각 예뻤다. 누군가를 선택한다면 자칫 상처가 될 수도 있었다"고 했다. "가장 어울리는 드레스를 먼저 정하고 키, 표정, 색깔 , 분위기 등 옷에 맞춰 자연스럽게 순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30개의 디자인, 모두가 각자의 개성을 맘껏 드러낸 개회식은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시종일관 행복했다.








금 교수는 "평창올림픽의 정신은 '세계평화'였다.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주한대사부인협회에서 이런 행사를 통해 평창의 추억을 되새기고, 우리 학생들을 기억하고 격려해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같한 감사를 표했다. 15개국 대사 부인들이 '눈꽃요정'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감사증서를 수여했다. 눈부신 평창 눈꽃의상 앞에 다시 선 요정들이 감사증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봄날, 다시 만난 '눈꽃요정'들은 화사한 미소로 평창의 그날을 추억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개회식 기수요원으로 선발된 이들은 미모와 지성을 겸비했다. 영화배우, 탤런트, 승무원 등 꿈도 제각각이다. 대한민국 기수로 한반도기에 앞에서 '코리아' 피켓을 들었던 박나연씨(21·한서대 항공관광학과)는 "평창에서 코리아 피켓을 든 경험은 가문의 영광"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런 기회가 찾아와서 영광이었다. 이 아름다운 의상을 입고 평창올림픽스타디움을 워킹할 수 있었다는 것은 평생 자랑스럽게 생각할 일"이라고 했다. 같은 과 동갑내기 친구인 김원, 김유림씨도 평창에서 함께했다. 김원씨는 영국, 포르투갈, 몬테네그로, 김유림씨는 가나, 불가리아, 일본의 피켓을 들고 입장했다. "지금도 학교에서 평창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우리에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배우를 꿈꾸는 임민소씨(23·청주대 연극학과 졸업)는 평창올림픽, 패럴림픽에서 모두 피켓요원으로 활동했다. 벨기에, 이란, 몽골 등의 피켓을 들었다. 임씨는 "영하 20도의 날씨에 리허설하느라 기본 핫팩 6개 이상씩 붙이고 고생도 많이 했다. 지나고 보니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났다. 지금 이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자국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고 했다. "활짝 웃으라는 이야기를 듣고 연습도 많이 했다. 앞으로 배우의 꿈에 도전하는 데도 평창의 경험은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이렇게 우리를 기억해주시고 초대해주시고 기념해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금 교수는 "평창은 내게 '감사'다. 명예퇴직을 앞두고 마지막 프로젝트였다. 2015년부터 3년 넘게 '평창 프로젝트'에 모든 것을 쏟았다. 내 평생의 작업을 평창에서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30벌의 눈꽃드레스 중 1벌은 IOC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으로 공수됐다. 금 교수는 대한민국 평창에 남게 될 29벌의 눈꽃 의상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평창으로 떠나보낸 자식들이 앞으로도 잘 사용되고, 많은 이들과 공유됐으면 좋겠다."

이날 행사를 적극적으로 성사시킨 조앤 리 주한호주대사부인은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 개최 뒤에 이런 아름다운 전시회와 함께 수고하신 분들의 노고에 감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수 있어 기쁘다. 도와주신 평창조직위에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도 평창의 레거시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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