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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Live]'울지마, 이상화' 아름다운 銀! 당신은 이미 레전드입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2-18 22:17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미터 경기가 18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렸다. 이상화가 2위로 들어온 후 오열하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18/

'빙속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가 아름다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 스케이터 최초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올림픽 3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성 빙속선수 최다 메달(금2, 은1)이다.

이상화는 18일 오후 8시56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펼쳐진 평창올림픽 여자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32·일본)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2010년 밴쿠버 금메달, 2014년 소치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안방' 평창올림픽에서 빛나는 은메달로 올림픽 3회 연속 메달 위업을 썼다.

이상화는 15조 아웃코스 스타트라인에 섰다. 일본 고 아리사와 나란히 경쟁했다. 14조의 고다이라가 인코스에서 36초94 (100m 10초26), 올림픽기록으로 1위로 오른 직후다. 이상화가 소치에서 세운 올림픽 기록 37초28을 넘었다. 고다이라와 경쟁한 캐롤리나 에르바노바가 37초34의 기록으로 2위를 달리는 상황, "이상화! 이상화!" 함성이 강릉오벌에 울려퍼지는 가운데 이상화가 질주를 시작했다. 100m 구간에 승부수를 던졌다. 10초20의 기록으로 통과했다. 100m 기록이 고다이라보다 빨랐다. 36초36의 세계기록보유자,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여제' 이상화는 흔들림이 없었다. 7000여 안방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속에 마지막 아웃코스를 빠져나왔다. 혼신의 역주를 펼쳤지만 종속에서 고다이라보다 부족했다. 37초33, 단 0.39초가 모자랐다. 고다이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아름다운 역주에 강릉 오벌은 "이상화!"를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최선의 레이스, 안방 팬들의 아낌없는 응원 속에 이상화는 허리를 숙이며 눈물을 쏟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미터 경기가 18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렸다. 이상화가 2위로 들어온 후 눈물을 흘리자 고다이라가 다가가 위로하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18/
이상화는 지난해 무릎 부상, 하지정맥류 수술 후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었다. 올시즌 고다이라와의 맞대결에서 절대 열세였다. 평범한 선수였던 고다이라는 소치올림픽 이후 확 달라졌다. 매일 사이클 150㎞의 강도높은 하체 훈련을 통해 지구력과 체력을 끌어올렸다.네덜란드 유학 후 낮은 자세의 안정적인 스케이팅을 구사하며 '성난 고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6~2017시즌 월드컵 시리즈 500m에서 7연승, 2017~2018시즌 8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테스트이벤트로 열린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도 우승했다.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도 이상화를 제치고 우승했다. 2017~2018시즌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며 7연속 우승 기록을 이어갔다. 이상화는 7번의 맞대결에서 고다이라에 밀렸다. 이변은 없었다. 일본이 자랑하는 스케이터 고다이라가 평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일본 여성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사상 첫 금메달이다.

비록 막판 대반전을 이뤄내지 못했지만, 포기를 모르는 이상화의 은메달은 금메달 못잖게 값지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메달권을 목표 삼았던 21살 여대생은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소치올림픽, 2연패의 부담감을 도전자의 자세로 즐겼던 스물여섯의 '여제'는 2연패 꿈도 이뤘다. 세번째가 가장 어려웠다. 부상과 시련을 딛고 일궈낸 6번의 만남, 평창에서 고다이라와 진검승부했다. 아쉽게 3연패를 놓쳤지만 3대회 연속 메달의 위업을 이뤄냈다. '디펜딩챔피언' 이상화의 위대함은 태릉스케이트장 보드판만 봐도 드러난다. 여자 500m의 모든 기록은 그녀의 것이었다. 세계최고기록(36초36), 올림픽 최고기록(37초28), 링크최고기록(37초74),주니어최고기록(37초81)에 이르기까지 고등학생 이상화가 서른의 베테랑 스케이터가 될 때까지 지난 15년간 1위를 달려온 기록은 경이롭다.


밴쿠버

소치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미터 경기가 18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렸다. 이상화가 2위로 들어온 후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18/
올림픽 2연패를 이룬 이후에도 이상화는 멈추지 않았다. '36초의 단판 승부'를 위해 지난 4년간 오직 앞만 보고 달렸다. 상대의 등을 보고 달리면서도 단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170㎏의 스쿼트 무게를 감내하며, 하루 100km 사이클을 달렸고, 고질적인 무릎 부상, 하지정맥류 수술을 모두 이겨내고 독하게 여기까지 왔다. 멘탈, 훈련, 전략 모든 면에서 그녀의 도전은 위대했다.

'스케이트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파란눈의 선수들이 호령하는 단거리 종목에서 세계 정상을 지켰다. 처음부터 메달색은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전설적인 선수로 남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대한체육회 공식 인터뷰 출사표대로 그녀는 평창에서 '전설'이 됐다. 지난 10년간 세계 정상을 지켜온 불굴의 레이서, 우리에겐 '레전드' 이상화가 있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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