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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도 잘 탔다고 할 것 같아요."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팬들의 시선은 '월드컵 랭킹 1위' 다카기 미호(일본)와 '세계기록 보유자' 헤더 베르그스마(미국)의 금메달 대결에 쏠렸지만 대한민국 안방 팬들의 시선은 노선영에게 고정됐다. 노선영은 2016년 4월 하늘로 떠난 동생 노진규를 가슴에 품은 채 혼신의 스케이팅을 펼쳤다. 메달은 중요치 않았다. 약속대로 최선을 다한 레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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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입성후 그녀는 취재진 앞에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잘하고 가고 싶다. 제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해 후회없이 경기하겠다"고 했다.
11세 때 과천빙상장에서 취미로 스케이트를 시작한 노선영은 불과 4년만인 15세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노선영이 선수 인생에서 잊지 못할 최고의 순간으로 꼽는 '사건'이다. 2008~2009시즌 여자 1500m 대표선발전에서 2분05초, 쟁쟁한 언니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세 살 아래 동생 고 노진규는 국가대표 누나를 보며 꿈을 키웠고, 세계선수권 금메달도 따냈다.
올림피언으로서 노선영은 한결같았다. 열일곱살이던 2006년 토리노올림픽 첫출전부터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그리고 평창까지 지독한 훈련과 기나긴 여정을 꿋꿋이 버텨왔다. '항상 성실히 스피드스케이팅을 해왔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던 바람대로였다. 동생이 떠난 빈자리, 평창에서 그녀는 4번째 올림픽의 약속을 기어이 지켜냈다. 동생과 함께 한 후회없는 레이스는 아름다웠다.
강릉=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