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교통사고도 불사했던 '10분의 기적', 윤성빈의 '킹메이커' 영입 비하인드스토리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1-21 20:31


윤성빈(왼쪽)과 리처드 브롬리 코치. 사진제공=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스켈레톤계 '신 황제'로 떠오른 윤성빈(24·강원도청). 그가 지난 6년에 걸쳐 월드클래스로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인호 스켈레톤대표팀 감독(40)의 노력이 있다. 70㎏ 중반대 체중을 늘려 최상의 피지컬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 지도자. 뿐만 아니라 윤성빈이 개인사정으로 힘들어 할 때 심리적으로 안정시켜 준 사람도 조 감독이다.

이런 조 감독을 도와 기술적으로 윤성빈을 '킹 메이커'로 만들어내는 데 크게 일조한 푸른 눈의 외국인 코치도 있다. 주인공은 영국 출신 리처드 브롬리 주행·장비 담당 코치(42)다. 브롬리 코치를 대표팀 코치로 영입하는 과정은 극적이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이제는 '10분의 기적'으로 불리며 회자되는 당시 상황을 돌이켜 보자. 브롬리 코치 영입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친구 사이인 조 감독과 이 용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 감독만 아는 사실이다. 두 감독은 윤성빈의 기량 발전을 위해선 브롬리 코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영입에 나섰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012년 말에야 스켈레톤을 시작한 윤성빈에게 관심이 없었던 브롬리 코치는 콧대가 높았다. 국제대회에서 이 감독과 조 감독의 미팅 요청을 번번이 거절했다. 그렇게 퇴짜를 맞기 일쑤였던 이 감독과 조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교통사고를 감수하는 무모한 전략을 짰다. 2013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대회를 마치고 귀가하던 브롬리 코치의 차를 자신들의 차로 막아선 것. 다행히 사고가 나지 않았지만 브롬리 코치는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그래도 일단 성공이었다. 브롬리 코치와의 대화시간을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 이 감독과 조 감독은 얼굴을 붉히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정성 있는 설득 끝에 브롬리 코치의 마음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천군만마였다. 크게 두 가지 효과가 있었다. 주행 능력과 장비 효과다. 브롬리 코치는 윤성빈에게 썰매를 몸에 맞추는 방법, 썰매가 미끄러지는 등의 돌발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전수해줬다. 또 비디오 분석을 통해 주행시 각기 다른 전세계 16개 트랙의 가장 빠른 길을 통과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했다.

선수 출신이 아닌 브롬리 코치는 실전 경험에 대해선 2008년 스켈레톤 선수로 월드컵, 세계선수권, 유럽선수권에서 정상을 차지한 형 크리스탄 브롬리의 도움을 받았다. 장비 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다. 형과 함께 세계 3대 썰매 제작업체인 '브롬리사'를 운영 중인 브롬리 코치는 윤성빈에 꼭 맞는 썰매를 제작해줬다.항공기 엔지니어였던 형은 '썰매' 박사학위를 받은 뒤 라트비아, 독일과 함께 세계 최고의 썰매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성과는 눈부셨다. 2012~2013시즌 세계랭킹 70위였던 윤성빈은 2014년 객원코치로 합류한 브롬리 코치를 만난 뒤 2013~2014시즌 22위로 훌쩍 올라섰다. 브롬리 코치가 전담코치로 윤성빈을 지도한 2015년 1월부터는 기록이 더 좋아져 톱 5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 결과 5위(2014~2015시즌)→2위(2015~2016시즌)→3위(2016~2017시즌)를 기록했다.

결국 윤성빈은 올림픽 시즌으로 치러진 2017~2018시즌 8개 대회 중 7차 대회만 출전하고도 세계랭킹 1위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맞게 됐다. 조 감독은 "브롬리 코치에게 들이댄 그날의 10분이 지금의 윤성빈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