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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코리아!' 우리가 해볼게요."
역대 한국의 동계올림픽 금메달 26개 가운데 21개나 쇼트트랙이 맡았다. 하지만 최근의 이전 올림픽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지워지지 않는다.
2014년 소치대회에서 여자부가 박승희의 2관왕으로 명예를 회복했지만 남자부는 '노메달'수모를 겪었고, 2010년 밴쿠버대회서는 남자부 이정수가 2관왕에 올랐지만 여자부는 중국에 금메달을 빼앗겼다. 두 차례의 아픔을 겪고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대회를 맞아 한국은 토리노의 추억을 떠올린다. 2006년 토리노대회에서 총 8개 금메달 가운데 6개를 독식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토리노의 영광을 재현하려면 누군가 선봉에 서줘야 한다. 당장 떠오르는 인물이 심석희(22·한국체대)-최민정(21·성남시청) 자매다. 토리노대회때 금 3, 은 1개로 종합 1위를 견인했던 여자 쇼트트랙의 위용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언니 심석희는 2014년 소치의 대스타였다. 당시 고교 2년의 어린 나이에도 여자 3000m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역전 금메달을 안겼고 1500m 은메달, 1000m 동메달을 더했다. 여자 쇼트트랙에서 '심석희 천하'가 열린 가운데 '제2의 심석희' 최민정이 등장했다. 2015, 2016년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하면서 심석희와 함께 강력한 '쌍두마차'로 떠올랐다. 어린 시절 같은 선생님에게 스케이팅을 배워 안 그래도 '절친'인 이들은 국가대표팀에서 사이좋게 엎치락 뒤치락 하며 상생의 라이벌 관계를 이어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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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판세는 동생 최민정의 뒤집기가 진행형이다. 2017년 세계선수권에서 6위로 부진했던 그는 국가대표 자동 선발권 경쟁에서 3위를 차지했던 심석희에게 밀렸다. 이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1위로 태극마크를 획득하더니 매서운 상승세를 보여왔다. 2017~2018시즌 4차례 월드컵(4종목) 때 한국의 금메달(총 16개 중 10개) 가운데 개인종목에서 최민정이 6개(500m 1개, 1000m 2개, 1500m 3개)로 심석희의 2개(1000m·1500m 1개)에 크게 앞섰다. 이번 시즌에서 전 종목 세계랭킹 1위도 최민정의 몫이었다. 심석희는 1000m 3위, 1500m 2위로 바짝 추격중이다.
둘의 평창 목표는 자명하다. '쇼트트랙의 여왕' 왕관을 물려받는 것이다. 역대 쇼트트랙의 여왕 반열에 오른 이는 올림픽 2연속 2관왕 전이경, 올림픽 3관왕 진선유, 전종목 메달리스트 박승희 등을 꼽을 수 있다.
더구나 빙상계에서는 최민정의 최초 전 종목 석권(4관왕)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터무니 없는 기대감은 아니다. 최민정은 주니어대표 시절 2014년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4관왕을 경험했고 그동안 월드컵에서 500m 금메달 3개를 수확했다. 한국은 역대 올림픽에서 여자 500m에선 한 번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고 동메달이 최고 성과였다. 1m62의 작은 체구지만 폭발력이 좋은 최민정이 최초로 500m의 주인공이 된다면 진선유를 뛰어넘은 최초 4관왕까지 바라보게 된다. 최민정은 "결전의 날이 다가올 때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가능성을 봤으니 도전을 즐기겠다"는 각오다.
여자부가 청신호를 밝히는 가운데 남자부는 '절치부심'을 노린다. 4년 전 2002년 이후 12년 만에 노메달의 수모를 털어내는 것이다. 2010년 밴쿠버대회 은메달리스트 곽윤기를 중심으로 서이라 임효준 황대헌 김도겸 등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들 가운데 '제2의 안현수'로 불리는 임효준(22·한국체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주축이던 이정수 신다운 박세영을 제치고 1위로 통과했다. 늦은 나이에 단 태극마크지만 잦은 부상으로 변방으로 밀렸던 설움을 이겨낸 쾌거였다. 이후 같은 해 9월 1차 월드컵에서 금메달 2개(1000m, 1500m)를 따내며 기대주로 우뚝 섰다. 여기에 2, 3차 월드컵 1000m에서 연속 금메달로 급부상한 고교생 황대헌(19·부흥고)이 가세하면서 남자부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한동안 끊겼던 세계 최강 남자 쇼트트랙 계보(김기훈-김동성-안현수)가 이어질지 여부는 이들의 발끝에 달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