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난 27일, 159만4870㎡, 1150명의 선수들이 동시에 훈련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이 개촌했다.
|
|
|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나란히 가듯,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는 함께 가야 한다. 이날 행사에서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의 자리는 없었다. 휠체어를 탄 이 회장은 눈에 띄지 않는 구석자리에 배치됐다. 총리, 장관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진천선수촌장과 격이 같은 정진완 이천장애인훈련원장은 아예 내빈석이 아닌 일반석을 배정받았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축사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에게 감사한다"고 나란히 언급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대한민국 유일의 IOC위원인 '아테네올림픽 챔피언' 유승민 위원도 가장자리로 밀려났다. 참석자와 내빈 모두 무대 위에서 '손에 손잡고'를 합창하는 순서에도 이 회장의 휠체어는 소외됐다.
개촌식 직후 선수촌 투어가 시작됐다. 이 총리와 도 장관이 투어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 내린 내빈들은 잰걸음으로 메디컬센터, 웨이트트레이닝센터로 이동했다. 이명호 회장은 이날 언덕길에서 신속하게 움직이기 위해 일부러 전동휠체어까지 준비했다. 자신으로 인해 시간이 지체될까 미리 준비했다. 그러나 전동휠체어는 '무용지물'이었다. 내빈들이 워낙 신속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쫓아갈 수조차 없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이 총리, 도 장관을 모시고 이동한 사이, 이 회장은 뒤에서 휠체어를 타고 '나홀로' 선수촌을 살폈다. 이천장애인훈련원장 출신인 이 회장은 진천선수촌 시설과 설비를 장애인훈련원과 비교하며 벤치마킹할 부분을 꼼꼼히 점검했다.
|
|
더디 가도 함께가는 동행도, 내 집을 찾은 손님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의 훈련원 개촌식에서 대한체육회장이 그런 대접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대한체육회는 이날 손님을 모셔놓고 결례를 범한 셈이 됐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이날 장애인체육회장 홀대를 언급하자 "그래도 이 총리님이 축사를 통해 우리를 언급해주시고,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함께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며 말을 아꼈다.
선수촌 투어 중 어느 정부 인사, 어느 정치인이라도, 한번쯤 옆과 뒤를 돌아봤다면 좋았을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홀로' 이동하는 이 회장을 함께 챙겼다면 좋았을 것이다.
장애인 선수, 행정가들 사이에 12년 전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설립과정은 지금도 훈훈한 미담으로 회자된다.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 후 청와대 오찬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은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설립의 시작점이 됐다. 정부의 발의로 보건복지부 산하의 장애인체육이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됐고, 2005년 11월 장애인선수들의 열망,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설립됐다. 장애인 체육인들은 노 전 대통령이 "대한체육회 밑으로 들어가면 장애인 선수들이 소외될까봐 걱정"이라며 고심끝에 독립 법인 설립을 제안한 사실을 지금도 고맙게 여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스포츠 선진국'은 존중과 배려의 마인드에 있다. '패럴림픽 퍼스트(Paralympic First)',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장애가 되는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없애기 위한 정책)' 등 거창하고 공허한 구호보다 현장에서의 실천과 일상에서의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장벽, 배려의 부재는 씁쓸했다.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는 말이 아닌 행동, 진심 어린 마인드에 있다.
진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