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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총 쏘는 것이 좋아 저금통을 깨서 장난감 총을 샀다. 몇번이고 총 모형을 조립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지인의 권유로 1993년 본격적으로 사격에 입문 했던 소년은 이제 한국 사격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주인공은 '사격의 신' 진종오(37·kt)다.
또 진종오는 '양궁의 레전드' 김수녕이 갖고 있는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메달(6개·금4 은1 동1)과 타이를 이뤘다. 진종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4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뿐만 아니다. 김수녕과 '쇼트트랙 여제' 전이경이 갖고 있는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 기록(4개)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범위를 아시아로 넓히면 왕이푸 이후 두번째로 아시아 사격 역사상 6개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진종오가 처음부터 빛난 것은 아니었다. 대학 입학때까지는 기대주 정도였다. 고등학교 때는 시련도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왼쪽 쇄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당했다. 하지만 진종오는 강했다. 병실 천장에 표적지를 붙여 놓고 훈련을 이어갔다. 3개월간의 부상 후 진종오는 한뼘 더 자랐다. 하지만 시련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학교 1학년때 축구를 하다 넘어지며 오른쪽 쇄골이 골절됐다. 오른손으로 총을 쏘는 그에게 그야말로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부상 정도가 심해 오른쪽 어깨에 금속 핀까지 박았다. 진종오는 불굴의 의지로 3~4개월만에 복귀에 성공했다. 부상은 전화위복이 됐다. 강한 집중력에 격발 시간까지 단축되며 약점없는 선수로 발전했다.
진종오는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준비로 이번 올림픽에 나섰다. 리우행을 앞두고 기존에 신던 빨간색 역도화로 바꿨고, 본선을 3일 앞두고 훈련시간대도 미세하게 조절했다. "종오는 무엇을 해도 믿을 수 있다"는 코치의 말은 진종오의 현주소다. 이번 금메달로 진종오는 그가 원하는 목표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됐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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