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여학생생활체육]강영중 회장"초등축구,남녀가 함께 해야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12-04 07:41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4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주 3일 이상 격렬한 신체활동을 하는 여학생의 비율은 24.6%(남학생 48.7%)에 불과하다. 여전히 10대 여학생 10명중 7명은 일주일에 한번도 운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여학생들의 다이어트 시도율은 45.1%(남학생 23.1%)로 전체 학생의 절반에 달했다. 의사 처방 없이 살 빼는 약을 먹거나, 설사약이나 이뇨제 복용, 식사 후 구토하기 같은 부적절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한 비율도 무려 18.8%에 달했다. 날씬한 몸매를 원하면서도, 운동은 하지 않는 대한민국 여학생들의 현실은 역설적이다. 지난 5~6월 여학생 체육활성화 '런앤런(Run&Learn)' 캠페인, 9월 포럼을 개최한 스포츠조선이 국민생활체육회와 함께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한 2차 캠페인을 시작한다. '땀흘리는 여학생이 아름답다.'
<편집자주>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 겸 대교그룹 회장이 지난달 12일 경기도 이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여자축구 WK리그 이천 대교아, 이천여자어린이FC 선수단의 미니게임에 앞서 선수, 어린이들과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여러분, '지메시' 지소연 선수 알죠?"

지난 12일 여자축구 이천 대교의 홈구장인 이천종합운동장, 이천 대교 선수들과 이천여자어린이FC가 만났다.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 겸 대교 그룹 회장이 흐뭇한 미소를 띠며 이들의 만남을 바라봤다. 강 회장은 이천 대교의 구단주다. 이천여자어린이FC는 강 회장이 수장인 국민생활체육회가 지원하는 48개 여자어린이축구클럽 중 하나다. 여자축구를 매개로 선수와 어린이들이 마주한 자리, 축구의 매력에 푹 빠진 여자어린이들을 향해 강 회장은 '지소연 이야기'를 꺼냈다. 소녀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지소연 언니는 여러분만 할 때 남자친구들과 같이 공을 찼어요. 여러분도 남자친구들과 '같이' 공을 찼으면 좋겠어요."


여학생체육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
이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12.

WK리그 명문구단 이천대교여자축구단의 박은선 등 선수들이 이천여자어린이FC 축구소녀들에게 사인볼과 머플러를 선물하고 있다.  이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12.
초등축구, 남녀가 같이 뛰어야 한다

여자축구 이천 대교 구단주 강 회장은 14년째 여자축구단을 운영하며 몸소 깨친 평소 소신을 술술 풀어놨다. "초등학생들, 적어도 2차 성징이 오기 전까지는 남녀 어린이가 함께 축구해야 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는 여학생들이 성장도 더 빠르고, 체격도 더 크다. 운동능력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충분히 남녀가 함께 공을 찰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유럽처럼 '축구하는 여자'가 '당연한' 세상을 이야기했다. "여자아이들이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단언했다. "어릴 때부터 남녀가 함께 공을 차면 운동습관은 절로 생긴다. 축구도 빨리 발전한다"고 했다. 파격적인 제언도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팀 경기의 경우 11명중 3~4명은 여학생을 의무투입할 것을 제안한다"

이천 대교 여자선수들을 향해서도 돌발 질문을 던졌다. "지금 우리 선수 중 공부하고 있는 사람?" 한양대에 편입한 서현숙, 김상은이 손을 들었다. "어. 2명밖에 안돼?"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기 있는 여자선수들이 많이 노력해야 한다.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지식, 경험, 인품을 두루 쌓아야 여기 있는 이 어린이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한민국 생활체육의 수장이자, 전문체육 실업팀의 구단주인 강 회장은 엘리트-생활체육의 선순환모델을 그렸다. "일본은 여자축구 등록선수만 3만4000명, 독일은 26만명이다. 우리나라는 작년 1705명에서 올해 1626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여자어린이들이 축구클럽을 통해 축구를 접하고 즐기면서 그 속에서 우수한 선수가 국가대표선수로 활약하는 날이 곧 와야 한다"고 했다.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천여자어린이FC와 같은 축구교실을 통해 지난 4년간 20여 명의 여학생들이 엘리트 축구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
이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12.
여자축구 향한 사나이 순정

2002년 대교여자축구단을 창단한 강 회장의 여성 스포츠에 대한 통찰은 인상적이었다. 여자축구에 대한 '순정'을 이야기했다. 여자축구 WK리그 최다우승에 빛나는 명가 '이천대교' 축구단을 이끌어온 힘 역시 '순정'이었다. "'순정'이라는 것은 순수한 정신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일과성이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강 회장은 대교 여자선수들의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스포츠단에 대한 투자는 사회공헌이다. 13년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 하기로 마음먹은 일이다. 돈을 벌고자 했다면 여자축구를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가 아니라, '기브 앤드 기브(give and give)'다. 여자축구를 통해 우리가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했다.


1975년 회사를 만들면서 강 회장은 "우수한 대졸 여성들을 어떻게 사회로 이끌까 하는 부분을 고민했다"고 했다. 대졸여성들이 기껏해야 무역회사 경리, 현모양처, 신부수업을 하던 시절이다. 이후 40년이 흘렀다. 대교 그룹의 1만5000명 직원 중 83%가 여성이다. 소위 '유리천장'이 없다. 강 회장은 여성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활용하고 인정하는 CEO다. 여성에 대한 존중은 여성 스포츠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졌다.

강 회장은 11월 초 이천 대교와 인천 현대제철의 챔피언결정 1-2차전을 모두 현장에서 '직관(직접 관전)'했다. 챔피언결정 2차전, 이천 대교는 주전들의 줄부상속에 적지에서 선제골을 넣고 고군분투했지만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명암이 엇갈렸다. 준우승 시상대에 오를 때까지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강 회장은 눈물을 쏟는 선수들의 등을 떠밀었다. "내 눈에는 너희도 승자다. 정말 잘했다. 기서 현대제철 선수들을 진심으로 축하해줘라." 아쉬운 패배보다 최선을 다한 경기 내용을 바라봤다. "그날 양팀은 정말 멋진 축구를 했다. 감동 받았다. 스포츠는 그런 것이다. 경기서 최선을 다한 후, 승자가 패자를 보듬고,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건네는 것이다."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이 이천여자어린이축구클럽 여자 어린이들과 축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12.

이현영 쁘레치냐 등 이천 대교 에이스들이 축구를 좋아하는 이천여자어린이FC 여학생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  이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12.

이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12.
여학생 체육, 학교안에서만 해결할 수 없다

강 회장은 여학생 체육 활성화에 깊은 관심을 표했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남녀는 평등해야 하고, 평등의 기본은 기회균등이다. 여성들에게 기회를 안주더라. 운동의 기회를 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학생들을 운동장으로 이끄는 일에 대해 강 회장은 "정규수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영국 등 유럽의 경우 체육 관련기관과 학교가 파트너십을 구축해 체육 활동 참여를 늘리고,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여학생들에게 다양한 종목을 통해 흥미를 불러일으킬 방과후 활동,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체육시간은 '체육교육'이다. 스포츠맨십, 올림픽 정신을 가르치고, 경기의 규칙과 기본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기초종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 밖에 기능적인 체육은 학교밖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통한 반복 훈련으로 익혀야 한다. 취미로, 특기로 배우는 것이다. 지역사회, 생활체육과 연계해야 한다. 학교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핀란드 등 유럽 스포츠 선진국을 보면 학교 밖 스포츠 프로그램에 대한 기준이 확고하다. 이 프로그램을 기준 이상 이수하지않으면 학교에서 진급, 진학을 안시킨다. 체력이 안되면 또래끼리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이다. 지식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에 체육교육이다. 교육의 정의가 뭔가, 교육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
이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12.
'야생초'가 될 것인가, '조화'가 될 것인가

강 회장은 "내년에도 여자어린이축구를 활성화하고,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여학생 참여비율을 높이는 등 기회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땀 흘리는 여성이 아름답다'는 캠페인 취지를 적극 지지했다. "어머니가 내려주신 조건하에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이 운동이고, 그것은 결국 자신의 몫"이라고 했다. 기업 현장에서 지켜본 '운동녀'들의 장점을 열거했다. "운동하는 여성은 다르다. 이해심도 깊고 배려도 잘한다. 건강하고 씩씩하다. 어려운 고비가 있을 때 이겨내는 능력도 대단하다."

인터뷰 말미 회장님의 '야생초론'이 마음에 와닿았다. "요즘 야생초, 들꽃을 찾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외관은 조화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개성이 있다. 강한 향기를 지녔다. 운동하는 여성은 건강하고, 인간다운 향기가 나는 야생초 같은 사람이다. 외관만 예쁜 조화, 관상용 꽃이 될 것인가, 살아 숨쉬는 향기로운 생화가 될 것인가…. 운동하는 여성이 아름답다."
이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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