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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양하은"쉬신과 함께 金...믿어지지않는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5-03 10:07


사진제공=더핑퐁 안성호 기자

사진제공=더핑퐁 안성호 기자

"어깨가 좋지 않다. 마지막 경기인데, 죽을 힘을 다해 해줬으면 좋겠다."

1일 밤(이하 한국시각) 중국 쑤저우 국제엑스포센터에서 펼쳐진 쑤저우세계선수권 혼합복식 결승전, 경기장으로 들어가기 직전 쉬신이 '파트너' 양하은에게 말했다. 쉬신은 전날 혼합복식 4강전에서 어깨를 다쳤다. 후유증으로 개인전 16강에서 '한솥밥 후배' 황보에게 풀세트 접전끝에 패했다. 상태는 최악이었다. 금메달의 꿈은 절실했다. 파트너에게 자신에게 힘을 불어넣을, 강력한 파이팅을 주문했다. 양하은의 탁구 스타일은 담담하다. 파이팅 동작도 크지 않다. 그러나 이날 양하은은 달랐다. 찬스볼 때마다 거침없는 공격으로 상대의 허를 찔렀고, 포인트가 오를 때마다 뜨겁게 포효했다. 쉬신의 부상 투혼과 양하은의 파이팅은 완벽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일본의 요시무라 마하루-이시카와 카스미조를 4대0(11-7, 11-8, 11-4, 11-6)으로 꺾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오성홍기와 태극기가 함께 올라갔다. 중국국가와 애국가가 나란히 울렸다. 쉬신-양하은조는 세계선수권에서 국적이 다른 선수끼리 우승한 최초의 혼합복식조다. 한국의 혼합복식 금메달은 1989년 도르트문트 대회 유남규-현정화의 우승 이후 26년만이다.


사진제공=더핑퐁 안성호 기자

'최고의 파트너' 쉬신 "네 목표가 내 목표다"

쉬신과의 첫 만남은 강력했다. 세계랭킹 2위 쉬신은 지구 최강의 복식 에이스다. 복식에 유리한 왼손 전형에, 강력한 포어드라이브 등 완벽한 공격력, 강인한 체력에 바탕한 완벽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인천아시안게임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로 마롱, 장지커와 함께 '절대1강' 중국을 이끄는 세계 톱3다.

쑤저우에 입성한 후 첫 미팅에서 쉬신은 파트너 양하은에게 "목표가 뭐냐?"고 물었다. "어느 정도의 간절함이 있는지 알고 싶다. 네 목표가 무엇이든 나는 네 목표에 맞추겠다"고 했다. 양하은은 씩씩하게 답했다. "내 목표는 결승에 진출하는 것이다." 쉬신의 '돌직구' 질문이 이어졌다. "한국선수와 결승에서 붙으면 어떡할 거냐?" 양하은은 단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당연히 이겨야 한다." 양하은의 진심을 확인한 쉬신이 화답했다. "나도 네 목표에 맞추겠다."

약속은 지켜졌다. 쉬신은 개인단식, 복식뿐 아니라 혼합복식에 같한 애정을 쏟았다. 매경기 직전 쉬신은 1시간씩 훈련장에서 양하은과 손발을 맞췄다. 양하은은 "쉬신이 심리적으로 나를 편안하게 해줬다. 너는 네것만 해라. 내가 다 맞춰주겠다는 말로 부담감을 덜어줬다"고 했다. 류궈량 중국 감독도 지대한 관심을 쏟았다. 준결승 전날 연습장에서 직접 라켓을 들고 볼박스에 나섰다. 중국 탁구스타 자오즈민과 '한-중 핑퐁커플 1호'인 안재형 코치가 류궈량 감독과 나란히 벤치에 앉아 소통을 도왔다. 귀화 에이스로 세계선수권 출전이 불가한 전지희(포스코에너지)는 양하은의 훈련 파트너 겸 통역사를 자청했다. 한-중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한-중 듀오'의 금메달을 위해 똘똘 뭉쳤다.

결승전 쉬신이 보여준 투혼은 감동적이었다. 양하은은 "정말 멋있었다"고 했다. "쉬신은 단식, 복식, 혼합복식 3경기를 모두 뛰면서 몸 상태가 안좋아졌다. 혼복에서 부상한 다음날, 가장 중요한 단식에서 졌다. 신이 안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죽을 힘을 다하더라. 기술은 물론 멘탈 면에서 멋진 선수다." 결승전을 앞둔 마지막 훈련, 쉬신의 티셔츠에는 '파이트 포 드림(Fight for Dream, 꿈을 위해 싸운다)'이라는 영문이 선명했다.

쉬신의 파트너 양하은, 에이스의 무게를 견디다


쉬신의 파트너로 낙점된 후 양하은은 "처음엔 걱정뿐이었다"고 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쉬신하고 어떻게 하지, 나때문에 지면 어쩌지…, 그러다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지면 나 때문에 지는 거야. 당연한 거지'." 런던올림픽 이후 세대교체기, 1994년생 양하은은 주전이 됐다.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많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단체전 8강행에 실패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여자복식에서 모두 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단식에서 기적같은 동메달을 따냈지만,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다. 쉬신과의 '한중연합'은 기회였다. 하늘이 준 기회를 잡기로, 이 고비를 넘어서기로 결심했다. 양하은의 금빛 탁구화에서 절실함이 전해졌다.

한중연합팀의 통로 역할을 한 안재형 코치는 양하은의 든든한 힘이었다. "안 코치님은 '네 것만 생각하라'고 하셨다. 플레이가 소심해질때면 '쉬신에게 너무 기대지 마라. 너도 세계랭킹 21위 아니냐,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고 조언하셨다." 양하은은 쉬신의 플레이에 영리하게 적응했다. 쉬신이 편안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완벽한 어시스트 볼을 올려줬고, 찬스가 날 때면 직접 적극적인 공세로 돌아섰다. 쉬신과의 호흡은 기대 이상이었다. "류궈량 감독님이 '생갭다 너무 잘한다'고… 두 번이나 칭찬해주셨다. 떨어져 있을 때나 붙어 있을 때나 리시브를 정말 잘해준다고…." 쉬신 역시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파트너의 공을 인정했다. "양하은은 훌륭한 선수이자 훌륭한 파트너였다. 매경기 발전했고, 내 기대 이상이었다."

"애국가가 울릴 때 울컥했다."

"애국가가 울릴 때 울컥했다. 내가 시상대 맨 윗자리에 오를 줄 몰랐다. 아직도 우승이 믿어지지 않는다." 양하은은 벅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쉬신-양하은조에 대한 중국 현지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경기장에서도 훈련장에서도 라이브 중계 카메라가 따라붙었다. 처음으로 다국적 연합팀을 성사시킨 한국과 중국 협회, 국제탁구연맹의 관심도 지대했다. 극도의 부담감, 불안감을 씩씩하게 떨쳐낸 후, 첫 정상의 느낌은 짜릿했다. "중국과 함께 따낸 메달이지만, 나는 내 몫을 했다. 쉬신의 들러리를 서다 나온 것이 아니다. 중국과 함께한다고 누구나 되는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했고, 현장에서 고비를 넘었다. 모든 부담감을 이겨낸 부분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이 금메달은 3년, 5년 계속 내게 강력한 동기부여로 작용할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해야 된다. 더 독해져야 한다"며 눈빛을 빛냈다.

한중연합의 금메달은 양하은과 대표팀에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다. '전설'로만 들어오던, 세계 1위의 느낌을 몸으로 알게 됐다. 내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해야할 일이 확실해졌다. 양하은은 "이번 결승전 같은 플레이를 단식, 단체전에서도 할 수 있어야, 올림픽 메달을 딸 수 있다. 하나하나 쌓아가다보면 내년에는 지금보다 한단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우승 직후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해온 '절친' 선배 서효원의 축하문자가 답지했다. 고된 나날을 함께 견디며, 단단한 자매애와 신뢰가 쌓였다. "하은아, 금메달이야. 이렇게 빨리 해낼 줄 몰랐어. 다음엔 꼭 같이 올라가자." 한국 여자탁구가 다시 금빛 꿈을 꾸기 시작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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