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학교체육]박정아 쇼에듀 대표+태봉"학생선수 꿈-끼 키우는 교육연극"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2-04 06:52


박정아 쇼애듀 대표와 개그맨 태봉.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1.07/

박정아 쇼애듀 대표와 개그맨 태봉.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1.07/

"나는 꿈이 없어. 나는 내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

지난해 12월 스포츠조선과 체육인재육성재단이 공동기획한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세미나'에서 선보인 교육연극 '우물안 개구리'에 대한 현장의 호응은 뜨거웠다. 서울체중, 서울체고 등 학생선수 400여 명이 무대위 배우들의 대사에 귀를 쫑긋 세웠다. 학생선수들이 고민하는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연극으로 풀어냈다. 직업선수의 길뿐만 아니라, 스포츠에이전트, 스포츠캐스터 등 스포츠와 연관된 다양한 직업군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주입식 진로교육이 아닌 개그맨 출신 배우들이 전하는 유쾌한 진로연극에 학생선수들은 마음을 활짝 열었다 .

이 연극을 기획 연출한 박정아 쇼에듀 대표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20대 중반까지 연극배우로 활동했고, 이후 MBC아카데미, KBSN방송예술원 등에서 연기강사로 일했다. 2008년부터 문화 예술 교육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연극을 고안해, 직무교육, 진로교육, 리더십교육, 기업교육에 적용했다. 직접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연출하고 각색하는 재주꾼이다.

연극을 통한 교육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박 대표는 "기존의 학생 진로, 학교폭력, 성희롱 방지에 대한 교육은 대부분 이론교육이다.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부분은 부족하다. 이론으로 아는 내용을 일상 에피소드 중심의 연극으로 만든 후 직접 참여를 통해 행동의 변화를 갖고오게끔 하는 것이 교육 연극의 목적"이라고 했다. 이날 선보인 연극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실제 교육현장에선 학생들이 직접 배우로 나선다.


스포츠조선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스포츠 백년지대계-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포럼(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인재육성재단, 국민체육진흥공단, SK텔레콤, 센트럴투자파트너스)이 15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 파크텔 1층 올림피아홀에서 열렸다. 교육 연극단 쇼에듀의 '우물안 개구리' 콩트를 공연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12.15/

스포츠조선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스포츠 백년지대계-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포럼(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인재육성재단, 국민체육진흥공단, SK텔레콤, 센트럴투자파트너스)이 15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 파크텔 1층 올림피아홀에서 열렸다. 교육 연극단 쇼에듀의 개그맨 태봉(오른쪽)이 '우물안 개구리' 콩트를 공연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12.15/
'우물안 개구리'는 지난해 9월 학교현장에서 처음 무대에 올렸다. 중학생 축구선수들을 대상으로 처음 진행했다. 학생선수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만들고, 배우로 참여했다. 주전이 아니라서, 부상을 당해서, 운동을 포기하는 아이들, 마음의 상처를 가진 선수들이 자신의 마음을 담은 상황극을 하며 고민을 나누고, 위로받았다. "제비뽑기로 배역을 주고, 그 주제로 토론을 하며 시나리오를 만든다. 주전도, 비주전도, 부상 당한 아이도 역지사지할 수 있다. 운동을 하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위기를 겪는다. 미리 위기를 준비하는 예방의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제기뿐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전과정이 교육연극 프로그램을 통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우물안 개구리'의 내용이 가슴이 와닿는 이유는 연기자 출신인 박 대표의 경험 덕분이다. "많은 스포츠선수들이 은퇴후 직장을 갖지 못한다는 점, 다음 꿈을 꾸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은 배우들과 도 같다. 문화 예술 스포츠가 닮아 있다. 내가 20대에 치열하게 고민한 내용이 이 연극 속에 녹아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박 대표는 "연극을 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편하게 다가선다. 선생님이나 코치, 감독에게 못하는 이야기, 쌓인 감정들을 연극을 통해 푼다.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내성적인 선수들은 훈련때도 비슷하다. 연극은 표현이고, 결국 보여줘야 하니까, 연극을 하다보면 자존감도 높아지고 적극성도 띠게 된다"고 했다. "학생선수들은 모두 꿈을 향해 다가서고 있지만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한다. 막연했던 생각을 연극을 통해 구체화할 수 있다"고도 했다. 2012년부터 서울시교육청과 손잡고 30여 개 학교에서 교육연극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교체육뿐 아니라, 학교폭력, 자살방지, 성희롱, 리더십 등 다양한 주제의 연극을

박 대표가 연기강사로 일하던 시절 인연을 맺은 개그맨, 연기자 제자들은 기꺼이 '쇼에듀'의 조력자를 자처했다. '우물안 개구리'의 주연인 공채 개그맨 출신 태봉은 "처음엔 박 대표와의 의리로 시작한 일인데, 하다보니 남다른 보람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극단과 행사 무대에서 뼈가 굵은 '베테랑' 개그맨인 태봉은 배우, MC, 현장 바람잡이 1인3역을 담당하는 '쇼에듀'의 에이스다. SBS 9기출신 장유환(현 KBS), 홍현희 등이 그의 동기다. "현장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단번에 끌어당길 수 있는 전문MC"를 필요로 하던 박 대표는 개그맨 태봉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의리로 시작한 일은 이제 생활의 활력소가 됐다. "교육연극을 하러갈 때마다 기분도 좋고, 재밌다. 오늘은 어떤 아이들이 말을 안들을까.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기대가 된다"고 했다. "중학생 배우와 관객들은 집중력도 다르고 웃음 포인트를 찾는 재미도 있다. 많은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얻어서 온다"고 덧붙였다. "교육연극을 하면서 봉사하는 것도 배웠다. 학교에서 소외받거나, 진로로 인해 고민하는 어린 친구들이 스스로 어려움을 털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큰 웃음을 주고싶다. 보다 많은 학교의 학생들이 연극을 통해 치유를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밝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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