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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광역시청)은 여전히 강했다. 9개월만의 복귀무대, 인천아시안게임 선발전 자유형 200m에서 올시즌 세계최고기록으로 우승했다. '라이벌' 중국의 쑨양, 일본의 하기노 코스케를 모두 제친 환상적인 기록이었다.
첫 50m 구간을 24초79로 끊은 후, 50~100m 구간을 26초65, 100~150m 구간을 27초26, 마지막 150~200m 구간을 26초55으로 통과했다. 100m 51초44, 기록을 본 안종택 국가대표팀 감독이 혀를 내둘렀다. 단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는 압도적인 레이스였다. 이날 오전 예선에서 경신한 대회신기록 1분48초96를 5시간만에 또다시 넘어섰다. 4년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작성한 1분44초80의 한국최고기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투혼으로 일궈낸 올시즌 세계랭킹 1위 기록이었다.
박태환 역시 만족감을 표했다. "내 생갭다 잘 나왔다. 46초 전반대, 잘나오면 45초 후반대를 예상했다. 예상외로 45초 초반 기록이 나와서 기분이 좋다. 남은 경기에서도 오늘처럼 기록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
얕은 수심, 무더운 날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의 이날 기록은 악조건을 이긴 호기록이라는 점에서 같히 더 의미가 있다. 이날 김천실내수영장의 환경은 국제규격에 미치지 못했다. 국제수영연맹(FINA) 시설 규정 1.35m을 지켰을 뿐 올림픽, 세계선수권 기준규격 2.0m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제경기용 스타트블록도 갖춰지지 않았다. 30도를 넘나드는 7월의 폭염속에 수영장안은 찜질방을 방불케 했다. 박태환은 큰경기 일정에 맞춰 수영선수들이 훈련량을 줄이는 조정훈련도 하지 않았다. 박태환은 이날 초반 스피드를 일부러 한껏 당겼다. 백전노장답게 수영장의 조건을 미리 살핀 맞춤형 전략이었다. "전반 페이스를 내기 힘든 환경이었기 때문에 전반에 조금 더 푸시하다보니, 150m 구간에서 다소 처진 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최악의 조건에서 최고의 기록을 일궈냈다.
비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긍정의 마인드였다. '환경을 따지기보다 이런 상황속에 더 좋은 기록을 만들어내보자, 다른 선수들도 똑같은 여건이다. 더 열심히 하자'고 스스로를 독려했다. 박태환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불평하다보면 끝도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선수들 사이에 수심, 스타트대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아시안게임을 준비 하는 시점인데 이런 악조건속에서 기록이 나왔다는 것이 긍정적인 사인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안게임에서 최상의 스타트블록, 규격에 맞는 수심에서 경기를 하게 되면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대표선수, 어린 선수들이 악조건을 나쁘게 생각할 일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올시즌 세계최고기록이란 말에 반색했다. "지금 이순간만이라도 세계 1등이라는 사실이 기분 좋다"며 웃었다. "좋은 기록이 나와서 기쁘고, 좋은 기록을 이어가고 싶다. 성향상 랭킹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자신감을 갖게 된다. 선발전 이후에도 팬퍼시픽대회 등 한두번 더 출전할 기회가 있을 것같다. 이번 선발전을 기분을 전환하고 변화하는 계기로 삼겠다. 아시안게임에 플러스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세계 1위를 떠나서, 인천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한국수영을 한단계 올려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당찬 바람을 밝혔다.
김천=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