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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고에 울려퍼진 "대~한민국" 사연은?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4-13 04:40 | 최종수정 2014-04-13 10:21


한국을 응원하는 뉴질랜드 관계자들. 아시아고(이탈리아)=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2014년 세계여자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 마지막 날 경기가 열린 12일 아시아고 아이스링크장. 한국과 호주의 경기 3피리어드 도중 갑자기 관중석에서 "대~한민국"이 울려퍼졌다. 그러더니 박수 세번에 맞추어 "갑시다. 이겨라"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발음이 이상했다. "대~한민국"은 "대~하미쿡"으로 들렸다. "갑시다. 이겨라"는 "갑시돠. 이기라"라는 발음에 가까웠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았다. 푸른 눈에 노란머리 백인들이 단체로 한국을 응원하고 있었다.

뉴질랜드 관계자들이었다. 마지막날 경기를 앞두고 뉴질랜드는 4패(승점1)로 꼴찌였다. 그나마 1점이 있었던 것은 한국과의 경기에서 승부치기 끝에 졌기 때문이었다. 아이스하키에서는 연장 및 승부치기까지 갔을 경우 승리팀에게 승점 2점, 패배팀에게 승점 1점을 준다. 뉴질랜드가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하면 디비전2 그룹B로 떨어진다. 뉴질랜드가 살 길은 하나 뿐이었다. 일단 한국이 정규 시간 내에 호주를 잡아야했다. 그리고 이어 열릴 자신들과 폴란드의 경기에서 무조건 정규시간 내에 승리를 거두어야만 했다. 그렇게 되면 뉴질랜드는 승점4를 확보, 승점 3인 호주를 제치고 잔류를 확정할 수 있었다.


아시아고 교민인 전원미씨와 남편 파비오가 선수단으로부터 사인 유니폼을 선물받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아이스하키협회
뉴질랜드 관계자들은 영어로 '고 코리아(Go Korea)'라고 응원했다. 그러던 중 옆에 앉아있던 이탈리아 남자에게 "대~한민국"과 "갑시다. 이겨라"를 배웠다. 한국어를 아는 이탈리아 남자는 바로 아시아고 근교에 사는 파비오였다. 파비오의 한국어 실력 뒤에는 한국인 아내인 전원미씨가 있었다. 전씨는 1980년대 이탈리아에 정착한 뒤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이번 대회에 한국이 온다는 소리에 하던 일도 제쳐두고 매일같이 아이스링크를 찾았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탈리아어 통역을 자처했다. 또 11일에는 직접 김치찌개와 불고기를 만들어 선수들의 원기회복을 도왔다. 남편 파비오도 평소 아내로부터 배워둔 한국말을 뉴질랜드 관계자들에게 전수(?)해 응원에 힘을 보탰다. 선수단은 전씨에게 감사의 의미로 자신들의 사인을 잔뜩 담은 유니폼을 선물하기도 했다.

뉴질랜드 선수단의 바람대로 호주에 2대1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은 경기 후 뉴질랜드 응원에 나섰다. 뉴질랜드가 폴란드를 잡아줄 경우 한국은 폴란드와 함께 3승(2승부치기승 포함) 2패, 승점 7로 동률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한국이 폴란드에 3대2로 승리했기 때문에 승자승원칙에 따라 동메달을 따낼 수 있게 된다. 한국 선수들은 시종일관 뉴질랜드를 응원했다. 이 응원 덕분이었을까 뉴질랜드는 경기 종료 2분7초전 터진 극적인 결승골로 폴란드를 잡고 잔류를 확정했다. 덕분에 한국 역시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아시아고(이탈리아)=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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