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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여정이 막을 내렸다.
맨유가 통산 20번째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개막 전만 하더라도 맨유는 유력 우승후보가 아니었다. 로빈 판 페르시, 가가와 신지 외에 이렇다할 전력보강이 없었다. 라이벌팀들은 천문학적 금액으로 우승 도전에 나섰다. 뚜껑을 열자 결과는 맨유의 독주였다. 시즌 초에는 '닥공(닥치고 공격)', 후반부에 '닥수(닥치고 수비)'를 내세운 맨유는 시즌 내내 1위를 지키며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7년간 팀을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마지막에 잊지 못할 선물을 안겼다.
싱거웠던 우승경쟁과 달리 유럽챔피언스리그(UCL) 티켓 싸움은 최종라운드에서 결정될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됐다. 웃은 것은 첼시와 아스널이었다. 첼시는 뉴캐슬을 꺾고 3위를 확정지었고, 시즌 막바지 상승세를 탄 아스널이 4위로 티켓을 거머쥐었다. 시즌 내내 선전했던 토트넘은 5위로 유로파리그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빅5(맨유, 맨시티, 첼시, 아스널, 토트넘)의 헤게모니는 리그에서 유지됐지만, 컵대회는 변방의 몫이었다. 위건이 맨시티를 꺾고 사상 처음으로 FA컵 우승을 차지했고, 기성용의 스완지시티도 처음으로 캐피탈원컵을 들어올렸다.
올시즌 분데스리가는 바이에른 뮌헨의, 바이에른 뮌헨에 의한, 바이에른 뮌헨을 위한 시즌이었다. 경쟁자가 없었다. 리그에서 세울 수 있는 모든 기록을 경신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분데스리가 최단 기간 우승(28라운드)을 확정지었고, 최다승(29승) 및 최다 승점(승점 91점) 기록을 달성했다. 그 외 최단 기간 전반기 우승(14라운드), 시즌 개막을 기점으로 최다 경기 연승(8연승), 한 시즌 최다 경기 연승(13연승) 및 최다 원정 연승(9연승) 기록도 세웠다. 승점을 얻지 못한 경기는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이런 경기를 펼치는 팀이 챔피언이 되는 건 당연하다.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는 리그 뿐만이 아니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과 DFB 포칼(FA)컵마저 차지하며 독일 클럽 역사상 최초의 트레블을 달성했다.
바이에른 뮌헨을 필두로 도르트문트, 레버쿠젠, 샬케가 UCL 티켓을 거머쥐었다. UCL 티켓 경쟁이 다소 맥이 빠진 분위기였다면, 유로파리그 티켓 싸움은 치열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프라이부르크와 프랑크푸르트가 웃었다. 레버쿠젠의 스테판 키슬링은 27골로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를 1골차로 제치고 득점왕을 차지했다.
프리메라리가-바르셀로나의 정상 복귀
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에 내줬던 정상 자리를 되찾는데 성공했다. 바르셀로나는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 대신 티토 비야노바 감독 시대를 열었다. 감독 경험이 없는 그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전반기에서 18승1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으로 일찌감치 리그 판세를 정리했다. 후반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바르셀로나는 승점 100점이라는 대단한 성과를 거두며 프리메라리가 최고의 팀으로 우뚝 섰다.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는 시즌 초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슬픔파동에 이어 이케르 카시야스와 조제 무리뉴 감독의 갈등이 불거지며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무리뉴 감독은 시즌 후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기로 했다.
레알 소시에다드의 돌풍도 돋보였다. 지난시즌 12위에 그쳤던 소시에다드는 2003~2004시즌 이후 9시즌만에 UCL 도전 자격을 얻었다. 순위만큼이나 관심을 모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호날두의 득점왕 경쟁은 메시의 승리로 끝이 났다. 메시는 19경기 연속골을 포함 무려 46골을 넣으며 34골에 '그친(?)' 호날두를 압도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