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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을' 박태환 위 '슈퍼갑' 수영연맹, 힐링의 완성은 소통

기사입력 2013-06-04 09:56 | 최종수정 2013-06-04 09:56

박태환힐링캠프
화면캡처=SBS-TV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서운한 것, 화나신 것 푸시면 좋겠습니다.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열심히 할테니 많이 예뻐해주시길 바랍니다."

'마린보이' 박태환(24·인천시청)이 대한수영연맹을 향해 영상편지를 띄웠다. 3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런던올림픽 이후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방송 직후 반응이 뜨겁다. '박태환' '박태환 불화설'이 각 포털 검색어 상위권을 휩쓸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네티즌들은 연맹의 불합리한 처우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올해초 수영연맹의 포상금 미지급 문제가 불거진 이후 6개월 가까이 계속 반복되는 패턴이다.

박태환이 밝힌 '수영연맹과의 불화설' 왜

박태환은 방송을 통해 수영연맹과 불화설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런던올림픽 전후 불거진 불화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실격 직후 수영연맹과 대한체육회가 실격 번복 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뛰었음에도 감사를 표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내가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 런던올림픽 당시 실격 판정 번복을 위해 이의 신청을 할 때 내 주변에는 볼 감독님과 던컨 코치뿐이었다. 수영연맹이 도움을 줬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감사하다고 표현했을 것이다. 서로 오해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마스터스대회 시범경기 불참 이유도 재차 설명했다. "미리 알았더라면 스케줄 조정을 했을 텐데 대회 하루 이틀 전에 연락이 와서 스케줄을 수정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후 논란이 된 수영연맹의 포상금 미지급 문제에 대해 박태환은 "개인적으로 섭섭함은 없다. 단지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는 것이 좀 서운했다. 다이빙 선수들을 위해 쓰이게 됐다니 잘된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말미, MC 이경규의 제안에 따라 수영연맹을 향해 영상편지를 띄웠다. "오해도 있으시고, 섭섭한 것도 있으실 텐데, 서운한 것 화나신 것 푸시면 좋겠다.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열심히 할 테니 많이 이뻐해주시길 바랍니다."

박태환-수영연맹, 힐링의 완성은 소통

박태환은 지난해 9월 SK전담팀과 결별한 이후 나홀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한차례 자비 호주전지훈련을 다녀왔고, 마이클 볼 감독이 준 프로그램에 따라 매일 오전오후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7월 호주로 다시 건너가 본격적인 아시안게임 체제에 돌입한다. 내년 9월 아시안게임이 1년3개월 남은 상황이다. 쑨양이 건재한 자유형 400m는 격전지다. 대한체육회, 대한수영연맹, 선수가 '인천 프로젝트'를 수립해야 한다. 목표를 향해 똘똘 뭉쳐도 부족한 시점이다. 안방에서 펼쳐지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은 자타공인 최고의 흥행카드다. 박태환과 쑨양의 리턴매치는 세계 수영계의 이목이 집중될 최고의 빅매치다.

박태환과 수영연맹의 관계는 줄곧 묘하다. 상하관계, 수직관계가 지배적인 대한민국 스포츠계에서 협회와 선수는 파트너라기보다는 갑과 을의 관계다. 협회의 눈밖에 나면 운동을 계속할 수 없다. 문제는 한국 수영계의 '돌연변이'인 박태환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등에 업은 '슈퍼을'이라는 점이다. 갑을 뛰어넘는 존재감, 갑에게 휘둘리지 않는 능력을 지녔다. '슈퍼을'에 맞서 수영연맹 역시

'슈퍼갑'의 태도로 군림했다. '혼자 어디 잘되나 보자'는 '슈퍼갑'의 심리와 갑의 통제권을 벗어난 '슈퍼을'의 심리가 충돌하면서 갈등은 심화됐다. 소원해진 관계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보통을 넘어서는 '슈퍼 탤런트'를 가진 이들을 쿨하게 인정하는 데 서툰 우리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목표가 분명한 마당에 소모적인 감정다툼과 논쟁은 불필요하다. 박태환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열심히 할테니 많이 예뻐해달라"는 코멘트는 차라리 겸손하다. 도하아시안게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2연속 3관왕에 올랐다. 멜버른세계선수권, 베이징올림픽, 상하이세계선수권에서 대한민국 수영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목에 건 '400m의 레전드'다. 런던올림픽 실격 해프닝속에서도 은메달 2개를 따냈다. '수영불모지' 대한민국에 기적과 희망을 선물했다. 그런 선수가 연맹을 향해 "열심히 할테니 예뻐해달라"고 한다. 박태환의 태도가 어른들의 눈에 거슬렸을 수도 있다. '미운털'이 박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건 수영연맹이다. 침묵만이 답은 아니다. 수영연맹 홈페이지엔 연일 항의와 비난의 댓글이 쏟아진다. '박태환 논란' 이후 수영계, 한국 스포츠계 전체 이미지가 얼룩졌다. 간과할 일이 아니다. 어른다운 결단이 필요하다. 오해가 있다면 풀고, 할 말이 있다면 해야 한다. 결국 '힐링'의 완성은 화해와 소통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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