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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의 존재-최강희의 미소, 레바논전의 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6-02 17:27 | 최종수정 2013-06-03 08:21



절친인 기성용(24·스완지시티)과 구자철(24·아우크스부르크)은 동행하지 못했다. '삼총사' 중 홀로 승선했다.

1년 7개월전 그는 참사의 현장에 없었다. A대표팀은 2011년 11월 15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레바논과의 5차전에서 뜻밖의 일격을 당하며 1대2로 패했다. 과거는 이미 흘러갔다.

2011년 7월 31일 프리시즌 평가전에서 오른 정강이 경골과 비골이 골절된 그도 기나긴 길을 돌아왔다. 레바논 원정(5일 오전 2시 30분·베이루트)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분수령이다. 이청용(25·볼턴)의 존재에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의 만면에 미소가 흐르고 있다.

자칫 미운털이 박힐 수 있었다. 최강희호에서 그는 'Mr. 쓴소리'로 통했다. 3월 26일 카타르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2대1 승)을 전후로 이청용은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경기를 앞두고는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전부터 대표팀에 합류했는데 이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내가 부상을 하기 전 대표팀은 활발하고 밝은 분위기였다. 우즈벡전을 앞두고 합류해서는 '팀에 대화가 부족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카타르전 후에는 "우리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시각에 따라 '독설'로 볼 수도 있었다. 그는 "그냥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 뿐이다. 선수들도 부족한 부분을 잘 알고 있다. 대표팀이 좋은 방향으로 나갔으면 하는 바람에 하는 말"이라며 웃었다.

최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이청용은 그라운드에서 그 믿음에 화답했다. 레바논전 붙박이 오른쪽 날개라는 점에 의문부호가 붙지 않는다. 최 감독은 '박지성-이영표급'으로 분류했다. "예전 감독들이 박지성과 이영표를 베스트11에 일단 써놓고 그쪽에 대해 고민을 안 하지 않았느냐. 지금 청용이가 딱 그렇다. 이런 선수 4~5명만 있으면 고민이 없다. 대표팀은 큰 선수들이 많아야 한다." 흠잡을 데가 없단다. 감독이 낚시나 가고 그래도 알아서 잘할 선수라고 치켜세운다. 부상 트라우마를 완벽하게 털어냈다며 칭찬에 침이 마른다.

이청용은 최강희호의 단비다. 그는 카타르전을 통해 완벽 부활을 알렸다. 1년 9개월만에 고국에서 가진 A매치였다. 답답했던 경기 흐름 속에 이청용이 유일하게 빛났다. 좌우 측면은 물론 중원까지 휘젖고 다니며 카타르 수비진을 유린했다. 여유도 넘쳤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도 자유자재로 공을 가지고 놀면서 수비가 없는 동료들에게 볼을 배급했다. 축구팬들의 갈증을 한 번에 해갈시켜준 오아시스였다.

이청용은 레바논 원정의 필드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2010년 남아공월드컵 전 경기에서 선발 출격했다. A매치 경험으로는 어느덧 고참 반열에 들어섰다. 그는 축구 밖에 모른다. 눈을 돌리지 않는 몇 안되는 선수다. 레바논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최 감독도 200%의 신뢰를 보내고 있다.

"우리로서는 크게 급할 게 없다. 급한 쪽은 우리가 아니라 레바논이다. 해결사가 되기보다는 팀의 일원으로서 잘 뭉쳐서 이번 경기만큼은 팬이나 선수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

부상 시련이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청용의 그 날이 임박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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