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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탁구, 과연 '차세대'가 있긴 한 건가.
런던올림픽 이후 이들의 성적은 하향곡선을 그렸다. '왼손 에이스' 서현덕은 지난 4월 27위였던 랭킹이 12월에는 52위까지 추락했다. 올해 1월 24위였던 김민석 역시 11월에 50위까지 떨어졌다. 독일오픈 단식 8강에 오르며 12월 랭킹을 35위로 끌어올리긴 했지만 차세대 최고 에이스의 이름값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국내 경기에서도 맥을 추지 못했다. 지난달 탁구최강전에서는 '맏형' 오상은이 후배들을 줄줄이 물리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10년 넘게 아성을 지켜내고 있다. 노장 투혼을 칭찬해 마땅하지만, 차세대의 부진은 뼈아프다. 유승민 주세혁 오상은 등 걸출한 선배들이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국제무대에서 우승, 준우승을 휩쓸었던 전력과 비교해보면 실력차는 확연하다. 냉정하게 말해 '우물안 개구리'다. 팀내에선 저마다 최고 에이스일지 몰라도, 국제무대에서는 4강에 이름 올리기도 어렵다. 스포츠팬들은 이들의 이름조차 잘 모른다. 팬들은 여전히 유남규 김택수 이철승 유승민 주세혁 오상은만을 기억한다. 직시해야 할 '불편한 진실'이다.
지도자들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향후 팀내에서도, 태릉에서도 무한경쟁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팀 발탁에 있어서도 이름값에 기댄 특별처우는 절대로 없어야 한다. 승패에 대해 보다 혹독해지고 절실해져야 한다. 성적에 따른 신상필벌과 함께, 긴장감을 높여야 한다. 결과를 내지 못하는 선수에 대한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투자는 줄여야 한다. 아시안게임 전략종목인 복식조의 경우 김민석-서현덕조뿐 아니라 2010년 로테르담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민석-정영식조, 체코오픈에서 우승한 서현덕-이상수조 등 다양한 조합을 경쟁시킬 필요가 있다. 소속팀의 이해를 떠나 이들 복식조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훈련 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 2년 후를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맏형' 오상은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빌빌대면서 뛸 생각은 없다. 후배들에게 밀린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라도 은퇴할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형만한 아우'를 만날 수 있을까. 한국 탁구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