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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골드시즌'보다 더 독보적인 김연아의 존재감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2-12-10 15:46



'피겨여제' 김연아가 20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200점을 돌파, 독보적인 세계 여자 피겨의 지존임을 확인시켰다.

김연아는 9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 아이스스포르트젠트룸에서 열린 NRW트로피 시니어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두 차례 점프 실수에도 불구하고 기술점수(TES) 60.82점과 예술점수(PCS) 69.52점, 감점 1점을 기록, 합계 129.34점을 받았다.

김연아는 이로써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에 필요한 최저 기술점수(48점)을 가볍게 넘어섬과 동시에 전날 쇼트 프로그램 점수(72.27점)과의 합계 점수에서 201.61점을 기록, 이번 2012-2013 시즌 여자 싱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200점대의 점수를 기록하며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러시아 소치에서 끝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 마오(일본)가 올 시즌 여자 싱글 최고점(196.80점)을 기록했지만 그 기록은 결국 200점을 넘어선 김연아의 점수(201.61점)에 하루 만에 시즌 최고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날 김연아의 점수는 아사다의 점수와 비교할 때 약 5점 정도의 격차를 나타내고 있으나 이날 김연아의 점수가 두 차례 점프 실수에 약 7점을 손해 본 상태에서 기록한 점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로는 10점 이상의 격차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연아가 200점을 넘는 점수를 얻은 것은 개인 통산 4번째로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 주제곡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플립 점프를 깔끔하게 소화한 데 이어 다음 과제인 트리플 플립 점프도 깨끗하게 성공시켰다.

이후 연기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체력에 부담을 느낀 김연아는 더블 악셀-더블 토룹-더블 룹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실수를 범한 데 이어 트리플 살코-더블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두 번째 더블 토룹을 시도하다 빙판에 넘어지고 말았다. 스케이팅 스피드가 떨어진 상태에서 힘겹게 점프를 시도하다 보니 회전축이 무너지면서 착지가 불안정했던 것.


김연아는 그러나 이후 이어진 스핀과 스텝 스퀀스, 그리고 더블 악셀과 콤비네이션 스핀까지 무난하게 소화해 내는 올림픽 챔피언다운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며 4분 10초간의 연기를 마무리 했다.

비록 연기 후반부 체력적인 부담으로 실수를 범하기는 했으나 부상 없이 무난히 연기를 마친 김연아는 안도의 표정과 함께 환한 미소로 관중들의 환호에 답례한 뒤 키스앤크라이존으로 돌아와 점수를 기다렸고, 200점을 돌파한 자신의 점수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만면에 미소를 지우며 다시 한 번 관중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통해 20개월의 공백을 가졌던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빼어난 기량을 보여줌으로써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비록 이번 NRW트로피대회가 B급 대회고 김연아에게 채점 면에서 다소 후한 점수가 주어졌다는 평가를 하는 전문가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김연아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기량과 같은 기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나 애슐리 와그너(미국) 등 내년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와 경쟁을 펼칠 만한 선수들이 보여준 기량을 간접 비교해 볼 때 이들이 김연아의 경쟁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국내 언론은 물론 외국의 언론들이 B급 대회인 독일 NRW트로피를 그랑프리파이널 보다 주목해서 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이 1년 2개월 밖에 남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현재의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볼 때 내년 세계선수권은 물론이거니와 동계올림픽 2연패도 김연아에게는 이제 막연한 기대가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김연아에게 남은 검증 과제는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체력적인 문제와 수 많은 관중들이 들어찬 경기장에서 순위경쟁을 위한 연기를 펼치는 중압감을 원만히 이겨낼 수 있는 심리적 준비의 문제다.

프리 스케이팅 중후반부 점프에서 실수가 나오고 스핀이나 스텝에서도 순간순간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장면은 분명 체력적인 부담이 영향을 준 결과로 보이는 만큼 김연아는 앞으로도 체력적인 보완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 NRW트로피 대회가 열린 경기장은 불과 수 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의 경기장으로 그랑프리파이널이나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수 천 명에서 만 명 이상 수용 규모의 경기장에서 치르는 대회와는 심리적으로 느끼는 중압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보완점 역시 현재 김연아의 독보적인 위치와 기세에 변화를 줄 수 없는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김연아는 이번 NRW트로피 쇼트 프로그램에서 아사다가 지난달 그랑프리 시리즈 6차 대회 'NHK트로피'에서 기록한 올 시즌 쇼트 프로그램 최고 점수(67.95)를 훌쩍 뛰어넘는 점수이자 ISU 기준 룰이 변경된 이후 쇼트 프로그램 최고점인 72.27점을 기록했고,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두 차례 점프 실수로 7점 정도를 까먹고도 13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으며 200점을 훌쩍 넘는 점수를 받아냈다.

현재의 상황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전후한 시기보다도 오히려 더 김연아의 존재가 강하고 확고해 보인다. <임재훈 객원기자, 스포토픽(http://www.sportopic.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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