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기 위해 뛰지 않고, 지기 위해 뛰는 선수를 바라보는 것은 슬프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1일 2012년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조별리그에서 벌어진 일련의 '고의 패배' 경기와 관련 한국(4명), 중국(2명), 인도네시아(2명) 등 8명의 선수를 전원 실격처리했다. 이의신청 역시 기각됐다.
1차적인 책임은 최선을 다하지 않은 선수들과 이들의 태업을 방관한 지도자의 몫이다.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좀 다르다. 조작을 조장하는 조별리그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자회견 직후 중국, 유럽 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중국 신화통신에서 26년째 배드민턴을 현장에서 지켜봤다는 진시오량 기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2년전 중국 우한에서 열린 토마스 & 우버컵(세계선수권)에서도 승부조작이 횡행했다고 증언했다. 도대체 문제가 있는 조별리그 시스템을 왜 올림픽에까지 끌고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1차전에서부터 지면 무조건 떨어지는 '넉아웃 방식' 토너먼트의 경우 문제가 없었다는 말에 대부분의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2010년부터 조별리그 방식을 도입했다. 16개 팀은 4개팀, 네 그룹으로 묶어 각조 상위 2개팀이 8강에 올라가 토너먼트를 치르는 방식이다. 세계랭킹 8위 안에 드는 국가는 최대 2개조까지 출전할 수 있다. 원하는 상대를 '작전'을 통해 입맛대로 올릴 수 있는 여지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세계선수권 등 각종 대회에서 암암리에 있어왔던 '조작 꼼수'를 올림픽 무대에서도 대담하게 가동했다. 금메달을 향한 작전의 일부일 뿐 죄의식이 없었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