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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전우승'코웨이휠체어농구단X수서중 특급 시너지,장애-비장애 경계 없이 通했다[서울림운동회]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2-11-01 10:57 | 최종수정 2022-11-15 06:28




코웨이 휠체어농구단이 수서중 서울림통합스포츠클럽 학생들과 함께 재능 나눔 수업 시간을 갖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코웨이 휠체어농구단이 31일 수서중 서울림통합스포츠클럽 학생들과 함께 재능 나눔 수업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하이파이브!" "좋아요!" "파이팅!"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간 오후 3시30분. 고요해진 교실과 달리 더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곳이 있다. 서울 강남구 수서중학교 3층에 위치한 강당. 재능기부에 나선 '울산전국장애인체전 우승팀' 코웨이휠체어농구단 '국대 선생님'들의 파이팅 넘치는 목소리였다. 처음엔 '쭈뼛쭈뼛'하던 아이들도 선생님들의 응원에 용기를 냈다. 아이들 앞에 선 김영무 감독은 "함께하는 것 위주로 호흡해보자"며 격려했다. 이날 수업엔 문찬근 체육교사가 담임으로 있는 '1학년 6반 비장애학생'과 고지후 특수교사가 담임으로 있는 '특수반 장애학생'이 함께했다.


코웨이 휠체어농구단 국대 가드, 에이스 오동석이 서울림통합스포츠클럽 농구 에이스 은규에게 휠체어농구를 가르쳐주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코웨이 휠체어농구단이 31일 수서중 서울림통합스포츠클럽 학생들에게 휠체어농구 기본기를 가르쳐주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10.31/
"할 수 있어" '쌤'들의 뜨거운 응원, 다시 힘낸 아이들

시작은 드리블이었다. 아이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드리블 실력을 선보였다. 여기저기서 '국대 쌤'들의 환호가 터졌다. 자신감이 붙은 아이들은 골밑 레이업슛 대결을 펼쳤다. 훈련 때와 달리 '쌤'들 앞에선 골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긴장한 탓인지 연거푸 실수가 이어졌다. "할 수 있어" "들어갈 것 같은데" "한번 더!". 어김없이 응원의 목소리와 박수가 울려 퍼졌다. 아이들은 다시 한 번 힘을 내 도전했다.

평소와 달리 한 발 뒤에서 아이들을 지켜본 문찬근 교사는 "연습 때와는 다른 긴장감이다. 학생들을 지도하지 않고 선수들과 함께 하는 걸 밖에서 보니 떨린다. 아이들 한 골, 한 골이 정말 간절하다"며 두 손을 꼭 쥐었다.

이어 아이들은 휠체어 농구 첫 체험에 나섰다. 코웨이휠체어농구단 선수들이 1대1 수업을 진행했다. 수차례 재능나눔 수업을 진행해온 '코웨이'답게 '원포인트 레슨'은 익숙했다. 처음에 휠체어 타는 것을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이내 씽씽 바퀴를 굴렸다. 휠체어에 앉은 채 팔을 쭉 뻗어 슈팅을 시도했다. 임찬규 코웨이휠체어농구단장은 "서로 박수쳐주고, 격려하면서 함께하는 것이다. 조금 늦고, 빠름의 차이일 뿐이다. 운동을 통해 사회성을 높일 수 있다. 스포츠는 아주 매력적인 도구"라며 미소 지었다.

'농구 에이스' (이)은규의 레슨을 자청한 '국가대표 가드' 오동석은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하는 수업은 처음이라 조심스러웠는데, 같이 해보니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들 열심히 하려고 했다. 아이들이 오늘 휠체어를 처음 타봤고 하는데 다들 열심히 잘해줬다"며 박수를 보냈다.
코웨이 휠체어농구단이 31일 수서중 통합스포츠클럽 장애-비장애학생들에게 휠체어농구 기본기를 가르쳐주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10.31/

코웨이 휠체어농구단이 31일 수서중 장애-비장애학생들로 이뤄진 서울림통합스포츠클럽 아이들에게 휠체어농구를 가르쳐주고 있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우리 성공했다" 농구 실력도, 마음도 폭풍 성장

사실 이날 수업은 수서중 아이들에겐 '특급 과외'나 마찬가지였다. 수업에 참가한 아이들은 장애-비장애학생 모두를 위한 '서울림운동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를 위한 스포츠(Sports for all), 모든 학생이 행복한 스포츠를 위해 서울시가 처음으로 시도한 '통합체육 학생 운동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농구(골밑슛 릴레이)와 스태킹릴레이 두 종목 출전을 위해 지난 9월부터 구슬땀을 흘렸다. 매주 1회 이상 손발을 맞추며 '서울림운동회'를 준비했다.


시작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었다. 사실 (박)채원이는 9월만 해도 농구에 자신감이 없었다. 드리블을 시도하려다가도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아니다. 채원이는 이날 단번에 레이업 슛을 성공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두 번째 도전에서 1~2차 시도 모두 실패했지만 채원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혼잣말로 '제발'을 외치며 다시 한 번 시도했다. 채원이의 집중력은 빛을 발했다. 곧바로 레이업 슛을 성공하며 활짝 웃었다. 채원이는 "드리블 한 뒤에 레이업으로 골을 넣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두 번째 도전 때는) 안 들어가서 나 자신에게 너무 답답했다. 그래도 재미있었다"고 미소지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수서중 남 신 교장이 환호했다. "채원이가 수줍음이 많아서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랬던 채원이가 골을 넣었을 때 너무 뭉클했다. 열심히 연습한 결과다. 장애-비장애 경계 없이 아이들이 서로 통하고 있다. '국영수'로는 할 수 없다. 체육 활동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이 정말 많이 컸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아이들은 지난 두 달간 실력만 자란 것이 아니었다. 마음의 경계선도 훨씬 넓어졌다. (이)은규는 "휠체어를 처음 타봤다. 휠체어 타면서 농구하는 게 어렵겠구나 생각은 했는데 실제 해보니 생갭다 더 어려웠다"며 웃었다. "그래도 해보니 재미있었다. 나중에는 잘 탈 수 있게 됐다. 지난 9월보다 농구도 많이 늘었다.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다'고 했는데 이젠 '친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옆에 있던 (하)준희도 공감했다. 준희는 "(예전보다) 실력이 많이 는 것 같다.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친구들도 어색했지만 이제는 친하다"며 웃었다.

수서중학교는 지난 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진 '서울림운동회'에서 중등부 스태킹릴레이 2위, 농구 골밑슛 릴레이 3위를 차지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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