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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하이파이브!" "좋아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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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드리블이었다. 아이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드리블 실력을 선보였다. 여기저기서 '국대 쌤'들의 환호가 터졌다. 자신감이 붙은 아이들은 골밑 레이업슛 대결을 펼쳤다. 훈련 때와 달리 '쌤'들 앞에선 골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긴장한 탓인지 연거푸 실수가 이어졌다. "할 수 있어" "들어갈 것 같은데" "한번 더!". 어김없이 응원의 목소리와 박수가 울려 퍼졌다. 아이들은 다시 한 번 힘을 내 도전했다.
평소와 달리 한 발 뒤에서 아이들을 지켜본 문찬근 교사는 "연습 때와는 다른 긴장감이다. 학생들을 지도하지 않고 선수들과 함께 하는 걸 밖에서 보니 떨린다. 아이들 한 골, 한 골이 정말 간절하다"며 두 손을 꼭 쥐었다.
'농구 에이스' (이)은규의 레슨을 자청한 '국가대표 가드' 오동석은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하는 수업은 처음이라 조심스러웠는데, 같이 해보니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들 열심히 하려고 했다. 아이들이 오늘 휠체어를 처음 타봤고 하는데 다들 열심히 잘해줬다"며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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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날 수업은 수서중 아이들에겐 '특급 과외'나 마찬가지였다. 수업에 참가한 아이들은 장애-비장애학생 모두를 위한 '서울림운동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를 위한 스포츠(Sports for all), 모든 학생이 행복한 스포츠를 위해 서울시가 처음으로 시도한 '통합체육 학생 운동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농구(골밑슛 릴레이)와 스태킹릴레이 두 종목 출전을 위해 지난 9월부터 구슬땀을 흘렸다. 매주 1회 이상 손발을 맞추며 '서울림운동회'를 준비했다.
시작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었다. 사실 (박)채원이는 9월만 해도 농구에 자신감이 없었다. 드리블을 시도하려다가도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아니다. 채원이는 이날 단번에 레이업 슛을 성공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두 번째 도전에서 1~2차 시도 모두 실패했지만 채원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혼잣말로 '제발'을 외치며 다시 한 번 시도했다. 채원이의 집중력은 빛을 발했다. 곧바로 레이업 슛을 성공하며 활짝 웃었다. 채원이는 "드리블 한 뒤에 레이업으로 골을 넣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두 번째 도전 때는) 안 들어가서 나 자신에게 너무 답답했다. 그래도 재미있었다"고 미소지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수서중 남 신 교장이 환호했다. "채원이가 수줍음이 많아서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랬던 채원이가 골을 넣었을 때 너무 뭉클했다. 열심히 연습한 결과다. 장애-비장애 경계 없이 아이들이 서로 통하고 있다. '국영수'로는 할 수 없다. 체육 활동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이 정말 많이 컸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아이들은 지난 두 달간 실력만 자란 것이 아니었다. 마음의 경계선도 훨씬 넓어졌다. (이)은규는 "휠체어를 처음 타봤다. 휠체어 타면서 농구하는 게 어렵겠구나 생각은 했는데 실제 해보니 생갭다 더 어려웠다"며 웃었다. "그래도 해보니 재미있었다. 나중에는 잘 탈 수 있게 됐다. 지난 9월보다 농구도 많이 늘었다.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다'고 했는데 이젠 '친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옆에 있던 (하)준희도 공감했다. 준희는 "(예전보다) 실력이 많이 는 것 같다.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친구들도 어색했지만 이제는 친하다"며 웃었다.
수서중학교는 지난 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진 '서울림운동회'에서 중등부 스태킹릴레이 2위, 농구 골밑슛 릴레이 3위를 차지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