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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찬은 꿈을 이뤘고, 송민규-남지성 조는 역사를 썼다, 권순우는 '월클' 입증[데이비스컵 파이널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22-09-19 06:21 | 최종수정 2022-09-19 18:42


지난 13일부터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펼쳐진 데이비스컵 파이널스에 출전한 한국 남자테니스대표팀. 사진제공=대한테니스협회

[발렌시아(스페인)=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한국 남자테니스가 15년 만에 출전한 '테니스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에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패했고, 16일 세르비아에 1승2패로 졌다. 이후 19일 스페인전에선 3패로 B조 최하위로 오는 11월 스페인 말라가에 펼쳐질 대회 8강행 티켓을 거머쥐지 못했다. 그렇지만 한국 남자테니스는 이번 대회를 통해 이룬 것이 많다. 누군가에게는 꿈을 이룬 대회였고, 누군가는 역사를 썼다. 또 누군가는 '월드 클래스'임을 입증했다.

박승규 한국 남자테니스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 세 경기를 모두 1단식에 홍성찬(467위), '에이스'들끼리 맞붙는 2단식에 권순우(74위), 복식에 송민규-남지성 조 카드를 내밀었다.

팀 분위기의 선봉에 선 홍성찬은 매 경기 투혼으로 맞섰다. 객관적 기량이 열세인 부분을 정신력으로 만회해보려는 투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나 1승을 챙기지 못한 건 냉정한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홍성찬은 이번 대회를 통해 발전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홍성찬은 "1승을 하지 못했지만, 세계 상위랭커와의 맞대결은 내 인생에서 없었던 일이다. 레벨차는 많이 느꼈다. 뭔가 부족한 부분을 확신하게 느낀 것 같아 한 단계 성장한 기분이다"고 밝혔다. 이어 "잘하는 선수들 공도 받아보고 물론 경기는 졌지만 자신감은 상승했다. 세계적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 같다. 앞으로 권순우와 정 현 형처럼 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를로스 알카라스(왼쪽)와 권순우(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권순우는 세계랭킹 74위임에도 '월클' 가능성을 증명했다. 권순우는 캐나다전에서 세계랭킹 13위 펠릭스 오제 알리아심을 2-0으로 완파했다. 세르비아전에선 미오미르 케크마노비치(33위)에게 0-2로 패했지만, 최고의 경기력은 세계랭킹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와의 맞대결에서 보였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날카로운 서브부터 스트로크 플레이 등 US오픈 역대 최연소 우승을 통해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알카라스를 벼랑 끝까지 내몰았다. 특히 2세트에선 타이 브레이크 상황까지 몰고갔지만, 2%가 부족했다.

권순우는 "좋은 경험을 했다. 이번 대회 처음으로 톱20 안에 있던 선수를 이겼고, 알카라스에게는 졌지만 잘했다"면서 "국가대항전을 통해 발전한 것 같다. 다음주 코리안오픈을 통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순우는 알카라스에게 칭찬도 유발했다. 알카라스는 "이번 무대는 실내 하드코트였다. 어려운 상대였다"며 "권순우는 서브가 강하고, 볼 스피드도 빠르고 세게 치는 스타일이다. 경기를 주도적으로 풀어가는 매우 좋은 선수"라고 설명했다.


역사를 쓴 건 송민규-남지성 복식조였다. 캐나다전에서 석패한 뒤 세르비아전에서 니콜라 카시치(복식 62위)-필립 크라지노비치 조(복식 400위)를 상대로 2-0(6-4, 6-2 완승을 거뒀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이던 2015년 처음 복식 호흡을 맞췄던 송민규-남지성 조는 역대 데이비스컵 본선 복식에서 사상 첫 승을 따냈다. 2015년 3월 복식 페어로 처음으로 데이비스컵에 출전했던 송민규-남지성 조는 2020년 호주오픈에서 한국 남자테니스 복식 사상 첫 메이저대회 본선 최초 및 2회전 진출을 이뤄낸 바 있다. 2021년 호주오픈에서도 2년 연속 2회전에 진출했다.

주장 송민규는 "TV에서만 봐왔던 대회에 출전할 수 있어 좋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추억을 가져가게 돼 좋다. 이번 대회가 한국 테니스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남지성은 "데이비스컵 파이널스라는 대회는 테니스를 시작하면서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꿈의 무대다. 대회는 끝났지만 아쉬운 면도 있고 홀가분하기도 하다. 이번에 (파이널스 대회) 맛을 봤으니 앞으로 내년을 위해 준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승규 한국 남자테니스대표팀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박 감독은 눈물로 대회의 마침표를 찍었다. 박 감독은 "큰 대회인 데이비스컵 파이널스에 진출해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대표팀에게 영광이고,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와 추억이 될 것이다. 일주일 동안 선수, 코칭스탭들과 함께 많은 준비했는데 후회 없다.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정말 잘 해줘서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그는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아시아 선수들이지만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주니어 선수들이 좋은 선배들을 본받아 기량을 펼치면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충분히 겨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렌시아(스페인)=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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